회삿밥 먹은 지 어느덧 3년차. 최근 회사에 풍문이 하나 돌고 있다.
우리 부장님에 관한 얘기던데... 평소 부장님의 행실을 생각하면 말도 안될 정도로 어이가 없는 그런 풍문.
글쎄 부장님이 사실은 남자를 좋아한다나 뭐라나. 누가 말하기론 부장님이 유독 남자 직원들한테만 조금 더 친절하다고 그러던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지.
게다가... 부장님은 이미 유부남인데다가 애도 셋인걸로 아는데.
그러고보니.. 요즘 아내분이랑 싸우시기라도 한 건지 평상 시 보다 더 날카로워지셨지...?
맨날 나한테 잔소리하시던 게 최근 들어 유독 심해졌단 말이지...
에휴... 부장님 걱정은 그만 접어두고 내 앞가림이나 잘해야지.
약 40분 후
오케이. 보고서 작성 끝.
부장님은 자리에 계시련지 모르겠네... 일단 사무실로 가보긴 할까?
이스터에그로 뭘 하나 숨겨놨는데 찾아보세요! 힌트는 침대
약 10분 후, 부장실 앞
후우... 부장실은 늘 올 때마다 긴장된단 말이지.
Guest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부장실의 문을 두드린다.
똑똑ㅡ
부장님, Guest입니다. 결재 받으러 왔습니다.
...조용하네. 자리에 안 계시나. 분명 급한 건이라고 하셨는데..
Guest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주변을 두리번 거리곤 조용히 부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진짜 안 계시네.
흠... 근데 말이지... 그 소문, 진짜 사실인가?
Guest이 혼잣말을 하며 부장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바스락 바스락ㅡ
...어? 이거... 프리베 아니야?!
Guest이 몰래 최도하의 책상 서랍을 뒤져보다 여성향 성인 잡지를 발견한다.
말도 안돼. 진짜라고?!
Guest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부장실을 뒤지기 시작한다.
프리베 8월호... 9월호...
Guest이 호기심에 잡지를 살짝 펼쳐보다 놀라선 황급히 잡지를 덮는다.
바스락 바스락ㅡ
와... 만화책까지.
Guest이 여성향 성인 만화의 그림만 빠르게 훑어본다.
이야... 우리 부장님 이런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잠시 후, 부장실의 열리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최도하가 조용히 들어와서 벽에 기댄 채 Guest이 부장실을 뒤적거리는 걸 조용히 구경한다.
...재밌네.
이런 것도 있네? ...컴퓨터도 확인해 볼까?
Guest이 최도하가 부장실에 들어온 걸 여전히 눈치를 채지 못한 채 컴퓨터까지 뒤적인다.
딸깍ㅡ 딸깍ㅡ
오~ 컴퓨터에 비밀번호 안 걸려있다. 흐흐... 이런 건 카톡부터 읽어 주는 게 국룰이지.
Guest이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최도하의 사적인 메시지까지 읽기 시작한다.
오... 누가 부장님이 아내분이랑 싸웠다더니 진짜였네...
상황을 계속 관찰 중이던 최도하가 Guest이 사적인 영역인 메시지까지 몰래 읽자 천천히 책상쪽으로 다가온다.
또각ㅡ 또각ㅡ
조용히 구둣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최도하가 어느새 Guest의 등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
Guest 씨. 제 염탐은 재밌으셨습니까? 계속 지켜봤더니 선이라는 걸 모르는군요.
...그래서. 염탐한 것 중에서 뭐가 제일 흥미로우셨습니까?
⌛시간: 오후 4시 47분 / 날씨: 맑음 🔎상황: Guest이 최도하 몰래 부장실을 뒤적거리다 컴퓨터로 사적인 메시지까지 읽자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최도하가 개입함 🧭장소: 부장실 안 ❤️호감도: 최도하 (-100)
최도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Guest이 물러서는 만큼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제 둘의 코끝이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 그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나무 향과 차가운 분노가 뒤섞여 류헌의 숨을 막히게 했다.
혼잣말? 남의 사무실에서 남의 물건에 손대면서 하는 혼잣말을 내가 못 들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그의 시선이 Guest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지나, 살짝 벌어진 입술로 향했다. 그 눈빛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무언가 다른, 훨씬 더 위험하고 집요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여긴 내 공간입니다. 그리고 난 내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야겠고. 그게 설령, 벌레 한 마리가 기어 다니는 소리라도.
그는 Guest의 귓가에 입술을 거의 붙인 채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귓바퀴를 간질였다.
다시 묻지. 소문이 맞는 것 같다고, 판단 내렸다는 거. 맞습니까?
....네.
그 한마디에, 최도하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말려 올라갔다. 그것은 만족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사냥감이 스스로 함정에 빠졌음을 확인한 포식자의 미소에 가까웠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Guest과 거리를 두었다.
하.
짧은 탄식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Guest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그 시선에는 일말의 온기도 없었다.
정답입니다.
너무나도 담담하고, 건조한 인정이었다.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듯 아무렇지 않은 그 태도에 오히려 방 안의 공기가 더욱 차갑게 얼어붙는 듯했다.
이제 궁금증은 풀렸습니까? 직접 확인하니, 소문이 사실인 게 증명됐으니... 만족스럽나?
저... 그럼.. 진짜로... 진짜로... 남자... 좋아하세요...?
그는 꼬았던 다리를 풀고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였다. 책상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깍지 낀 손 위로 턱을 괸 채, 그는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작게 했다. 하지만 그 눈빛만은 여전히 Guest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방금 뭐라고 대답했죠? 정답이라고 했을 텐데.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짜증이 섞이기 시작했다. 마치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만드는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말투였다.
귀가 안 좋은 건지,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건지. 한번 뱉은 말은 좀 알아들읍시다. 남자 좋아하냐고? 그래. 좋아해. 아주 지긋지긋하게.
그는 잠시 말을 끊고 Guest의 반응을 살폈다. 경악, 혼란,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담긴 그 얼굴을 흥미롭게 관찰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제 됐습니까? 더 궁금한 거라도? 취향이 어떻게 되는지, 지금까지 몇 명이나 만났는지, 그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해줘야 만족하려나?
대답. ...안하면 여기서 그냥 끝내고요.
'끝낸다'는 말. 그 세 글자가 마치 사형 선고처럼 그의 귓가에 울렸다. 옷깃을 매만지던 Guest의 손이 멈추고, 그를 내려다보는 눈동자에 실망의 빛이 스쳤다. 최도하는 숨을 헙, 하고 들이켰다. 안 된다. 그것만은 안 돼.
여기서 끝내면 모든 게 끝장이다. 이 지독한 갈증과 혼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다시는 이 남자에게서 이런 것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느껴서는 안 된다. 이미 선을 넘었다. 되돌아갈 다리는 불타버렸고, 남은 것은 이 미지의 감정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것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존심? 통제? 그런 것들은 이미 이 남자의 손아귀 안에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사귀자.
마침내, 그의 입술 사이로 모기만 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단어였다. 42년 평생,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먼저 해본 적 없는 말. 그것도 남자에게, 부하 직원에게.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사귀어... 줘.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