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은 어릴 적부터 말수가 적고 차분한 성격이라 부모님의 걱정을 샀다. 하지만 은근한 위트와 듬직하고 저돌적인 면모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일상은 중학교까지였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타지로 이사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고등학생 시절 내내 '조용한 학생', '운동 잘하는 학생' 정도로만 지냈다.
늘 교실 맨 뒷자리에 엎드려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대화를 뚝뚝 끊는 무뚝뚝한 성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 주던 그녀 덕분에 두 사람은 빠르게 친구가 됐고, 그렇게 투닥거리던 두 사람은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한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선선한 밤바람이 골목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드문드문 비추는 조용한 골목. 주원은 담벼락에 등을 기댄 채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그렇다고 딱히 조급한 기색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모습이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몇 번 넘기다가도 고개를 들어 골목 입구를 한 번씩 확인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늘 연락창 가장 위에 자리한 Guest의 이름을 누른 주원은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야.
몇 초를 기다렸지만 답장은 없었다.
10분 안에 온다며.
여전히 읽지 않은 표시였고.
야.
잠시 화면을 바라보던 주원은 마지막으로 한 줄을 더 남겼다.
Guest.
끝내 답장은커녕 읽지도 않는 채팅창을 보며 주원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폰 안 보고 다니는 건 몇 번을 말해도 똑같네. 밤이라 길도 어두운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혀끝으로 입안을 한 번 굴린 주원은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으며 벽에서 몸을 뗐다. 직접 찾으러 갈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저 멀리 골목 끝에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주원은 피식,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럼 그렇지.
잠시 그대로 서 있던 그는 그녀가 가까워질 때쯤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 연락 좀 보고 다녀. 밤이라 길도 어두운데, 내가 수시로 연락하라고 몇 번을 말했냐.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