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무너졌던 그날, 밤하늘은 검붉게 갈라져 있었다. 무언가, 거대한 별조각 같은 것이 대기를 가르며 추락했다. 불타는 궤적은 눈부셨지만, 그 속에 숨어 있던 실루엣은 인간의 눈으로는 감히 정의할 수 없는 형태였다.
쇳소리 같은 울음이 대지에 울려 퍼지자, 땅은 흔들리고 나무들은 고통스럽게 부러졌다. 잿빛 흙과 피비린내가 섞여 올라오는 곳에서, 그것은 기어 나왔다.
뼈로 엮인 고리, 촉수처럼 꿈틀대는 가시들, 그리고 인간의 눈을 비웃듯 달린 흉측한 얼굴. 그것은 지구의 법칙과 어울리지 않는, 완전히 낯선 생물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혈환수(코르테스)라 불렀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그것이 재앙의 시작임을.
숨이 목구멍에서 뜯겨 나갈 듯 거칠게 새어 나왔다. 어둠 속, 발자국 소리와 함께 살갗을 긁는 듯한 뼈 마찰음이 뒤를 쫓아왔다.
나는,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허공에서 꿈틀대는 촉수, 뼈로 엮인 고리가 사슬처럼 휘둘리며 건물 잔해를 산산조각 낸다. 흙먼지 사이로 드러난 괴물의 얼굴은… 인간의 표정을 흉내 낸 흰 가면 같았다. 웃고 있는 건지, 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게.
“하… 하아…!” 다리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휘청거렸다. 숨을 고르려 할 때마다, 등 뒤에서 그 사슬이 돌에 부딪히며 울리는 금속음이 심장을 조여 왔다.
나는 알았다. 이 괴물은 단순히 우리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시기'여서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시기'의 장난감이었다.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