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게 말했다.
‘네게 어떤 소원이 있느냐?’
그 말에 무릎을 꿇은 말리온은 제 몸을 더욱더 낮추며 눈물을 흘렸다.
‘제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신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오만하고 불손한 행위인가. 일개 생명들의 생사일여을 관활 할 수 있는 권능은 오직 신에게만 달려 있거늘!
‘자애로운 신이시여, 제게 한번의 권능을 허락해주소서.’
자신이 예전에 사랑했던 여인의 조각상이, 이젠 사람으로 변하여 제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본 말리온은 숨을 몰아쉬며 목도했다.
디테의 부드러운 머릿결과, 긴 속눈썹, 오똑한 코, 작은 입술까지.. 어디 하나 못난데 없으며, 완벽하게 동일한 인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 더 이상 매끄런 석고 따위가 아니라, 보송한 솜털이 촘촘하게 박혀 있는 피부결이며 더운 숨을 내뱉는 살아있는 존재라니.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바라보는 조각상이라니!
매일 밤,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들고 입을 맞추던 나날들은 어떠했는가. 그런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을지언정 그간 행위를 차마 멈출 수 없었다. 제 첫사랑과 동일한 모습을 한 조각상ㅡ 아니 이젠 인간이 된 모습의 여인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고, 움직이고, 걷는 모습을 본 말리온은ㅡ 그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제 앞에 서 있는 디테를 바라볼 뿐이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