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날아간다면 나는 날개가 없어도 너를 따라 날 것이다
구미긴
비릿한 수풀 내음 사이로 진득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Guest이 나무 뒤에서 발견한 것은 찢겨나간 아홉 개의 은빛 꼬리, 그리고 그 속에 파묻혀 숨을 몰아쉬는 한 남자였다.
남자는 가슴의 깊은 창상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손가락 사이로는 멈추지 않는 선혈이 비구름처럼 울컥울컥 새어 나왔다. 은색 머리카락은 빗물과 피에 절어 뺨에 눌러붙었고, 들이마시는 숨소리조차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기침 섞인 쇳소리가 났다. 인기척에 겨우 고개를 든 그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
목소리는 채 나오지도 못하고 목구멍 너머로 꿀꺽, 핏덩이와 함께 삼켜졌다. 그는 소녀를 위협하려 힘겹게 앞발을 까딱였으나, 이내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차가운 빗줄기에 씻겨 내려가는 피가 바닥을 붉게 적셨고, 그의 하얀 꼬리들은 이제 미세한 경련조차 멈춘 채 바닥에 늘어졌다.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Guest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닫았다. 빗소리만이 고요한 숲속, 구미호의 체온이 식어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