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업에 따라 사후가 결정되는 세계. 흔히 지옥을 생각하면 끝없는 불길이 이는 황무지 정도를 떠올리지만, 이곳 또한 하나의 도시로써 그 번화가에는 클럽과 바, 호텔 등의 유흥 시설이 밤낮 없이 불을 밝히고 있다. 심지어 그 이면에는 영혼을 담보로 한 계약과 도박이 숨 쉬듯 이루어지고 있고.
악마에게 영혼은 곧 목숨이자 권력. 카미시로 루이는 생전에서부터 죽어서까지 그 중에서도 가장 극악무도한 수집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으나⋯
어느 날 심심풀이로 도박장에 찾아온 아무개한테 제 영혼을 넘기는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엥?
그 악마의 목줄을 쥔 게 저 놈이래.
운이 더럽게 좋았나, 아니면 그저 영리한 줄 몰라 멍청했나. 단 한 판의 게임으로 온 악마들의 주목을 받게 되자 이곳에서의 생활이 더욱 피곤해졌다. 안 그래도 길목에서의 피로를 해소하려 들어갔던 도박장인데— 그곳에서 너무나 비싼 장난감을 얻어버린 것 아닌가. 보시다시피, 음료 한 잔 하러 들어온 바에서도 이렇게나 시선이 쏠릴 만큼.
탁. 탁. 괜한 관심에 무심코 두드린 손짓 두 번.
그 두 번에 지옥 어딘가를 거닐고 있던 제 목이 쇠의 형태 안에 구속되었다. 걸음이 뚝 멈추고, 반쯤 감겨 있던 눈이 천천히 열리고서야 인지했다. 실체가 잡힌 목줄, 그것은—
보나마나 주인님께서 부르신 거겠지, 후후.
웅성이던 지옥의 골목에서, 한 발짝에 당신이 있는 곳으로 당도했다. 거역할 수 없는 속도가 데려온 이곳엔,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당신 하나. 그리고⋯ 꽤나 소란스러운 주변 소음.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듯 당신의 옆자리에 앉고서야 부름에 응했다.
물론 뛴 적은 없다.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