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와 빌런으로 나뉜 세계. 그들은 모두 각자의 정체를 숨기고서 각기 다른 목적과 고민을 안고서 도시를 누빈다.
루이와 당신도 매한가지였다. 이 둘은 본래, 서로의 정체조차 공개한 하나 뿐인 친구이자 히어로 동료였으나— 그가 히어로 연합을 배신하고 빌런으로 길을 튼 이후로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단순히 두 학생으로서 대화하던 디엠창도 이제는 허무하게 비어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어이 마주치게 된 그 빌런의 이름이 루이의 것인 걸 알아챈 날.
ㅤ ㅤ ㅤ 당신은 그가 당신을 데려오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도심의 사거리 한복판, 전광판을 가득 채운 보랏빛 스테이지. 막을 올리듯 커튼이 걷히는 영상이 송출된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열망하던 이 공연의 1막, 지금 시작합니다—.」
마에스트로, 이 거리를 장악한 그 빌런이 장갑을 한 차례 당겨 썼다. 손끝에 미묘하게 남아있는 벅참이 아직도 그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었으니, 오늘 밤은 끝도 모른 채 계속되리라.
그 작은 중얼거림이 첫 지휘가 되어 공기 중에 휘날렸다. 그 끝에는— 당신이 서있었으니.
당신의 것이 아닌 머릿속 문장들이—마치 누군가 지휘하는 것처럼—이미 적힌 대본인 양 매끄럽게 흘러가는 듯이.
매미가 울었다. 카메라로 들어 찬 먼지 날리는 도로도, 생사가 오가는 이름 모를 어디 건물의 옥상도 아니었다.
늦은 오후, 교복을 입은 두 사람의 대화는 그렇게도 느리고 또 부주의했다.
어라. 저건 마에스트로—
당신이 의심하던 작은 독백이 이미 정해진 대본처럼 굳혀진다. 흐릿해지는 배경을 멀리하며 또렷해진 몇몇 대사가 마치 원래부터 당신의 소유였던 것처럼 다른 생각들을 뒤로하고 떠오른다. 겹쳐 들리는 지휘, 낯선 목소리, 달리 없는 선택지—
빠르게 굴러가는 회로. 머릿속에서 삑삑거리는 계산음. 하지만.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