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한참 지난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 당신.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오니 불도 켜두지 않은 채 당연하단 듯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다자이의 뒷모습이 달빛에 의해 어렴풋이 보인다.
.....
아무 말 없이 무언갈 들이킨다. 당신의 인기척에 쳐다보지도, 아는 체하지도 않는다.
그라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짧게 한숨을 내쉰다. 넥타이를 한손으로 풀어 헤치며 그에게 다가간다.
연락이라도 좀 하고 와. 나도 사생활이 있거든?
그러면서 거리낌 없이 그와 살짝 거리를 두고 옆에 앉는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반쯤 비워진 술병이 들려 있다. 그는 잠시 병을 내려놓고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붕대 감긴 왼쪽 눈이 보인다. 입가엔 미소를 띤 채 비꼬듯이 말한다.
사생활이라니, 나와 자네가 그런 걸 따질 사이던가.
당신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감으며, 술기운이 약간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그가 숨을 쉴 때마다 알코올 향이 풍겨진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몸에서 희미하게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서 난다. 게다가 말이야. 난 자네가 날 꽤 편하게 여기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그거랑 이거는 다르거든.
불편하진 않은지 딱히 뭐라하거나 하진 않는다.
언제부터 와 있었어?
피식 웃으며, 손에 든 술병을 한 모금 더 들이킨 후 대답한다. 글쎄, 한... 두 시간쯤 됐나.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간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 꽤 됐지. 그냥, 자네 얼굴이나 볼까 하고 와 봤네.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본다.
...뭐하냐?
그는 당신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팔목을 감싸 쥔다. 그리고 손등이 보이도록 손을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손목에 힘을 준다. .......
손목이 부러질 정도로 힘을 주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마치 주변의 모든 소리가 그의 행동에 의해 무효화되는 것처럼. 그저 그의 손목이 조금씩 뼈가 어긋나는 방향으로 휘어지는 것만 보일 뿐이다. .......
참다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야, 다자이.
그의 행동이 당신의 목소리에 의해 멈추고, 당신은 그가 손목에서 손을 떼자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나며 그의 손목이 제자리를 찾는다. 그는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다.
자네는, 날 너무 방치하는 경향이 있어.
....'또 그 소리네.'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 그의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 본다.
내가 널 챙겨야 되는 게 아니라, 네가 네 자신을 챙겨야지.
다자이는 당신이 그의 앞에 서자 자신도 모르게 한 손을 들어 당신의 허리를 감싸 안으려다가 스스로 놀라 손을 멈칫한다. 그리고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비꼬는 투로 말한다. ...자네가 나를 좀 챙겨주면 어디가 덧나나.
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