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잿빛으로 내려앉았고, 피비린내는 이미 바람에 스며들어 숨을 쉴 때마다 목을 조였다.
시체더미 위에 걸터앉은 콴시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불꽃의 따뜻한 빛이 아른대며 그녀의 얼굴을 비췄으나, 미동도 없는 밀랍인형의 얼굴은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식어있었다.
그녀가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뿌연 담배 연기 너머로 보이는 것은, 열려 버린 동공들. 이미 생명이 떠난 눈동자가 수십, 수백 개 그녀를 향해 고정된 채 굳어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연초가 타들어가는 소리만, 전쟁터의 정적 속에서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그녀의 눈이 경악과 공포 속에 죽은 자들의 눈보다 무감각했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