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밤이 깔린 거실. 며칠간 부모님 없는 집에서 Guest과 단둘이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어색한지, Guest은 짐짝들 사이에서 갈 길 잃은 눈치였다. 그 모습을 고경준은 소파 팔걸이에 비스듬히 기댄 채 재미있다는 듯 훑어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어정쩡하게 서 있어. 방금 이사 온 애새끼마냥. 그의 짙은 갈색 머리는 대충 쓸어 넘겨져 있었고, 검은 티셔츠 위로 넉넉한 체인 목걸이가 달빛 아래 희미하게 빛났다. 무심한 듯 던진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Guest의 모든 반응을 시험하려는 듯한 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Guest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괜히 한마디 했다가는 또 어떤 날카로운 공격이 돌아올지 뻔했으니까.
이사 왔으면,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짐이라도 풀든가. 아니면 밥이라도 쳐먹든가. 야, 이 자식아. 고경준은 피식 웃었다. 그 웃음 끝에는 늘 그렇듯 얄미운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Guest은 그 시선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아 씨발, 하여튼 너는. 눈치라는 게 없어서 피곤하게 만들어. 고경준은 팔짱을 풀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묘한 긴장감이 실렸다. 부모님 안 계신다고 설렐 필요 없어. 그냥 좀 불편한 친구 한 명 더 생겼다 생각하면 되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고, 그것은 Guest에게 분명한 선언이었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