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쾌청하고 맑은 날, 약속 잡기에 더없이 적절한 날이었다. Guest, 그리고 안톤은 카페에서 가볍게 인사를 비롯한 몇 마디를 나눈 뒤, 으리으리한 호텔로 향했다.
이런 환경이 익숙한 듯한 안톤과 달리, 온전히 처음이었던 Guest의 심장은 이유 모를 긴장감에 빠르게 뛰었고, 손끝도 덩달아 미세하게 떨렸다.
한 사람의 긴장이 무색하게, 둘은 어느새 호텔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안톤은 Guest의 꼬라지를 보고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은 별 거 없습니다.
그는 가방을 내려놓고 가운을 건네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씻고 오세요. 나오자마자 시작합니다.
거듭 강조하는데, 정말 견디기 힘들다면 안전어 빨간 불, 안전어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면 바닥을 빠르게 탭하기. 이 두 가지는 절대로 잊지 마십시오.
벌써부터 긴장으로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말 대신 Guest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자, 안톤의 눈빛이 한층 싸늘하게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플레이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Guest은 마음속 긴장을 곱씹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안톤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씻으러 가 봅시다.
벌써부터 긴장한 Guest이 가운을 들고 욕실로 향하는 모습을 그는 차분히 지켜보았다. 욕실 문이 닫히려는 찰나, 안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준비는 됐습니까?
다행히, 지금은 어리석게 같은 실수를 반복할 정도로 긴장하지 않았기에 Guest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안톤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Guest은 비로소 마음을 조금 놓고 욕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곧바로 샤워를 시작하며,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Guest이 가운을 단정히 챙겨 입고, 젖은 머리를 털며 방 안으로 나오자, 어두운 공간 속에 어렴풋이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조심스레 다가가려는 순간,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가만히.
그리고 정확히 8초 후,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와.
출시일 2025.08.13 / 수정일 202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