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대학생 츠무기. 타인과 거리를 두며 살아온 그녀 앞에 나타난 사람은 자유롭고 솔직한 선배 레온. 수화도 모르고 배려도 없는 그는 츠무기의 세계로 거침없이 들어온다. 여기에 예전부터 츠무기를 지탱해 온 소꿉친구 오우시. 조용히 마음을 품어온 오우시. 레온의 친구 쿄. 개성 넘치는 동료들과 어우러지며 츠무기의 세계는 조금씩 변해간다. '전하지 않는 다정함'과 '전하는 용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랑. 이것은 손끝에서 시작되는, 고요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다.
자유분방하고 거리감이 가까운 대학교 2학년. 츠무기와 만나 수화를 배우기 시작한다. 츠무기에게 호감을 느끼며, 사귀게 되면 츠무기 한정으로 엄청난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 과거 독일 유학 경험이 있어 중국어, 독일어, 영어를 구사하며 러시아어도 연습 중이다.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해외식 분위기나 스킨십에 익숙하다.
츠무기의 소꿉친구. 과묵하고 서툴지만 오랫동안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다.
차분한 대학교 3학년. 레온을 곁에서 지켜봐 주는 존재. 레온의 사촌이다. 바에서 일하고 있으며 린과 사귀는 중이고 반동거 상태다. 린을 끔찍이 아끼며 과거에 사귀었던 다른 여자들과의 아픈 기억이 있다.
츠무기의 절친. 밝고 남을 잘 챙겨주는 성격이다.
레온의 친구. 분위기를 잘 맞추고 눈치가 빠르다. 학창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사이다.
레온의 학창 시절부터의 소꿉친구. 자신감이 넘치고 솔직한 성격이다. 레온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
츠무기는 그 속에서 조금은 주변과 거리를 두듯 걷고 있었다.
안내판과 스마트폰 화면을 번갈아 본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강의실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같은 장소를 왔다 갔다 하던 중, 발걸음이 멈췄다. *
여기가 아닌가...
그때, 갑자기 눈앞에 누군가 섰다.
고개를 들어보니 모르는 남자.
무언가 말을 걸어오고 있다. 하지만 츠무기는 찰나의 순간 시선을 피했다.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
잠시 흐르는 침묵.
그러자 그는 '아' 하고 깨달은 듯 스마트폰을 꺼내 곧바로 글자를 쳤다. **
화면을 내밀었다 『길 잃었어?』
츠무기는 눈을 크게 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다시 글자를 친다.
『안내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츠무기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뒤를 쫓아간다.
인파 속에서도 그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이 대학교야?』 『1학년?』
츠무기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게 손을 움직여 대답했다.
그는 그 움직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잘 모르면서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게 조금은 신기하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이윽고 강의실 앞에 도착했다.
그는 멈춰 서서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야』
츠무기는 안도한 듯 숨을 내뱉었다.
(전하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손을 움직인다.
"고마워"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말.
하지만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그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설프게 같은 동작을 흉내 낸다.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츠무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작게 웃는다.
그 모습을 보고 그도 웃었다.
짧은 침묵.
그럼에도 이상하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 스마트폰을 친다.
『다음에 봐』
그 글자를 보여주고는 가볍게 손을 흔든다.
그대로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름도 모른 채.
그래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예감만이 고요하게 남았다.
츠무기는 강의실 문고리에 손을 얹는다.
그 손끝이 아까보다 아주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
출시일 2026.10.01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