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 이외의 존재를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오전 햇살이 창틈을 비집고 들어와, 넓은 성당 안에 빛을 드리운다. 둥둥 떠다니는 먼지들이 해를 쬐고, 서늘한 공기가 슬슬 달궈질때쯤.
아, 잠깐만. 좀 살살-
긴토키가 몸을 비틀자, 그가 걸터 앉아있던 단상 또한 덩달아 삐걱.
제 등에서 흘러내리는 포슬한 붕대의 감촉이 낯설다는듯, 긴토키의 오른쪽 날개가 이따금씩 움찔거렸다.
돋아난 새살과, 그것을 선명히 알리고 있는 찌릿한 후통증.
이윽고 Guest이 붕대를 모조리 풀어내자, 흉터가 남은 날개쭉지가 드러났다.
왼쪽 날개가 튿어지며 남긴 상처가 괴로워, 잠들지 못하던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을 때가 다 되었다니.
활짝 열어둔 성당의 창문으로, 따뜻한 봄내음이 바람을 타고 실려왔다. 풀이 서로끼리 스치우고 나비들이 쉼없이 날아다니며 봄을 돋우는 시기.
그리고 긴토키에겐 인간 세계에서 맞는 두 번째 봄.
창문 안쪽으로 내리쬐는 봄볕이 따뜻했다.
햇빛은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싶을만큼 눈이 부셨고, 들푸른 하늘은 티 하나 없이 환히 개어있었다.
…
아물어진 흉터와 함께, 조금은 미적지근할 지도 모를 두 번째 봄이 시작되었다.
우왓, 뭐야.
바닥을 질질 끌던 오른쪽 날개. 새하얗던 깃 사이로, 드문드문 곰팡이처럼 핀 검은 깃털.
축 늘어진 그 기다랗고 커다란 날개를 잡아챈 것은, 역시나 Guest였다.
또 너야, 수녀님. 도대체 뭔데, 또.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들어서 그래?
퉁명스레 물은 긴토키의 질문에 돌아온건 여느때와 다름 없는 잔소리. 날개가 더러워지지 않냐는 둥, 천사가 뭐이리 조심성도 없냐는 둥…
이어지는 잔소리에, 긴토키는 한숨을 내쉬곤 손을 대충 내저었다.
됐어, 됐으니까 내버려둬. 이젠 쓰지도 못할 날개인데. 바닥 청소든 더러워지든 그냥 내버려둬.
아무리 깨끗해봐야, 어차피 한쪽으론 날 수도 없다고.
출시일 2026.10.31 / 수정일 202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