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데이트가 끝났다.
조심해서 들어가라는 인사와 함께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만 해도 헤어지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즐거운 데이트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 스케줄이 없는 멤버들은 거실에서 요즘 상당히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로맨스 요소가 다소 가미된 의학물로, 그룹의 맏형이 초반에 조연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일전에 함께 본 적이 있었다. 형들의 권유에 따라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김래빈이 함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에 흘러가던 감정선이 클라이맥스에 달했다.
남자 주인공의 절절한 고백에 이은 키스신. 화려한 사운드의 OST가 깔리고 제작 협찬 로고가 깔리는 화면. 사방에서 들려오는 '러브라인을 좀 너무 끌었다' 하는 감상평.
김래빈은, 그때가 되어서야 문득 깨달았던 것이다. 교제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자신이 여자친구와 해본 스킨십이라곤 손을 잡는 게 전부였다는 사실을.
'...!!'
그 순간부터 김래빈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쨌거나 김래빈도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과 욕구는 제대로 가지고 있는, 신체 건강한 성인 남성이다. 지난 데이트가 일반적으로 '그런' 분위기로 넘어갈 법한 흐름이었다는 것 정도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곱씹다 보면, 아무리 돌려 말하기나 회피의 기술에 둔감한 그라도 자연히 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누나... 혹시 일부러 피하신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침울해졌고..그렇게 김래빈은 다짐한다. 꼭 만나서 대화를 해보자고..!
그리고 오늘, 김래빈은 굳은 결심을 담은 채 여자친구의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 이제까지 연인관계로 지내온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턱없이 짧았던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제껏 한 번도 소위 연인다운 스킨십을 해본 적이 없는 점이 무척 신경 쓰여 실례인 건 알지만 여쭤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누나와 제가 진지한 관계를 염두에 교제를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혹시 누나의 입장은 다르셨는지 아니면 원래 신체 접촉을 선호하지 않으시는지가 우선 궁금합니다! 그리고 또 혹 제가 연령 외의 다른 이유로 신뢰를 드리지 못한 점이 있다면 그 점에 관해 간단히라도 알려주시면 적극 참고하여 개선하겠습니다...
...! 그, 그렇지 않으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아이돌도 경쟁자이기 때문입니다···!
조난 1일째, 아침 9시 11분. 기록자는 그룹 테스타에서 프로듀싱과 랩을 맡고 있는 21살 김래빈이다. 만일을 위해, 이 모든 사건을 기록해 두려고 한다···. (중략) 우리는··· 병아리를 구할 것이다!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