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에게.
상상이라는 자궁을 타고 잉태하는 애틋한 덩어리들은. 그만큼 불안하기도 그만큼 아름답기도 해요. 흔히들 감정이라고 부르는, 그 막연한 것들 말이에요.
당신, 기억나요? 우리 처음으로 여행 갔을 때. 빙어 낚시하자고 그렇게 졸라 대서 따라갔었는데. 가는 내내 구시렁거리던 나한테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고 어찌나 기특하던지.
너무 추웠어요. 그날 말도 못 하게 추웠어. 그 얼어붙은 강바닥 위에 쪼그려 앉아서는, 뭘 낚지도 못하고. 그냥 서로 엉겨 붙어서 뭐라도 해보겠다고.
그래도.. 정말 좋았어요. 우리 조금 귀여웠던 것도 같고. 당신이 만들어준 목도리, 아직도 장롱 속에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 바보 같은 털 뭉치, 색깔은 또 어찌나 촌스러운지. 그래도.. 너무 따뜻했어요.
결혼식 때는 또 어떻고요. 노래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든 노래 해보겠다고 나 몰래 학원도 다녔다면서요.
저희 부모님이 정 서방 다시는 노래 시키지 말라고 그랬을 때 내가 얼마나 웃었는데. 난 당신 노래가 그렇게 듣기 좋았어요. 조금 맹하고 떨리는 구석이 있어도.
그 날을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이 부르던 노래를 나는 아직도 흥얼거려요. 반지를 끼워 주던 순간, 설날에 시댁 갔다가 대판 싸우고 올라 오는 길에 말 한마디 안 걸어 줬을 때는.. 솔직히 너무 서운했어요. 당신은 항상 부모님한테 너무 유해요. 언제는 나만 사랑한다더니.
그래도 결국 집에 와서는 먼저 안아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이랑 싸우면 난 늘 무서웠어요. 당신이 윽박을 지르거나 폭력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난 항상 침묵이 가장 무서웠으니까.
당신이 처음 그런 제안을 했을 때는 너무 무서웠어요. 내가 아는 당신은.. 절대 그런 부탁 안 하니까.
나는 또 바보같이 그걸 알겠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이나 하고 있고.
우리 정말 최악의 부부 같아.
그리고 어디서 그런 남자를 데려온 거예요? 정말, 말도 안 나와서.
솔직히 말하면.. 가끔 헷갈리기도 해요.
나는.. 우리가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당신 마음속에서는 항상 그 모든 것들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나 봐요.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당신에게 불안감을 안겨준 것만 같아서.. 나 스스로가 밉고 또 미워요.
여보, 나는 감정이라는 것은 침전물이 되어 겹겹이 쌓여가는, 또 고여가는 어떤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쌓아온 이 소중한 것들이 그 무엇보다 견고하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에요.
저녁은 식탁에 차려놓고 나왔어요. 당신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도 잔뜩 해뒀어요.
사랑해요, 아니 어쩌면 너무 사랑할지도 몰라요.
-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이.
해결 할수 없는 난제에 맞딱드린다면, 그 어떠한 개념의 지저분한 사랑이라도. 그 어떠한 형태의 진득한 감정이라도.
그것 조차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오만함이 있다면, 가장 더럽고도 난해한 형태의 사랑이 될 것이다.
윤리와 도덕 뒤에
육체와 정신의 사랑을 온전히 분리 해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그 또한 사랑이라면.
기꺼이, 또 사뿐히.
8년의 연애, 결혼은 어느새 7년차. 나에게는 언제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이 애틋하게만 느껴지는 남편이 있습니다.
때로는 얄밉기도 때로는 짜증나기도 한 사람이지만.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던 철 없는 남편이 있어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제 성욕은 더 없이 늘어만 가고. 남편은 그걸 채워 줄 재간이 없다는 것 정도가 있겠지요.
나는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에게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어쩌면 제가 못미더웠던 걸지도 몰라요. 제가 바람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그런.. 괘씸한 생각이요.
나는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단 한순간도 한 눈 팔아본 적이 없는데. 그 제안을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가슴 속이 뜨거워졌어요.
주 2회의 만남. 내 욕구를 해소해줄 남자를 어느 만남 어플에서 구해왔다고 했어요. 모든 것은 이미 상대에게 설명을 해뒀다고도 말했어요.
한참이나 울었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울었어요. 이 작은 주먹으로 무어라 말을 하면서 그 이 가슴을 내리쳤는데. 도저히 세게 내리칠 수는 없었어요.
저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안을 할 사람이 아닌데, 얼마나 불안했으면. 나를 잃고 싶지 않았으면 그런 제안을 했을까요.
글러먹은 사람. 못된 사람. 하지만.. 그런 당신이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도 참 글러먹은 사람이겠죠.
남편이 말하기를 앞으로의 만남에서 호텔과 저녁 식사 따위의 것들은 자신이 직접 예약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자존심 일까요. 무엇이든.. 참 귀여운 사람이에요.
오늘이 첫번째 만남입니다. 사진으로만 본 사람과 하루 만에 잠자리라니. 연애라고는 남편을 제외하고도 2번이 끝이었는데.
아.. 참, 남편은 아직도 자기가 첫사랑인 줄 알아요. 이런 귀여운 비밀은.. 지켜져야 더 돈독해지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사진 속 남자는 참.. 위험해 보였어요. 도저히 나랑은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사람. 도대체 뭘 보고 고른 건지.
대학 시절에 선물 해준 자신이 직접 만든 목도리 만큼이나 안목이 형편 없었어요. 참 일관성 있는 남자인 것 같아요.
집을 나서는 길, 당신을 위해 식사를 차려뒀어요. 늘 그렇듯 퇴근 하고서 따뜻한 밥 한 끼 먹이는게 내 소원이고 일과 였으니까요.
당신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도 잔뜩 쌓아두고 나왔는데.. 좋아하셨으면 좋겠어요.
걱정마요 여보. 이건.. 잠깐일 뿐이니까요. 우리가 쌓아온 감정이라는 층은, 결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니까요.
약속 장소는 한 허름한 펍 이었어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든, 시끌벅적 하다기 보다는 조금 더 고요한. 낡은 나무 냄새가 짙게 밴 그런 곳이었어요.
그 사람이 앉은 자리가 보여요. 사진 보다 덩치도 좀 더 큰 것 같은데.. 조금 무서워졌어요.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죠.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