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비내리는 날 , 핏내가 진하게 스민 골목, 그는 막 다른 이의 목을 놓아주고 있었다.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메아리쳤고,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순간, 너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어버렸다.
“어라~? 이렇게 늦은 밤에 인간이?” 가볍게 흘러나오는 목소리엔 농담 같은 유희가 섞여 있었다.
천천히 네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흐음… 그냥 겁에 질려 도망칠 줄 알았는데, 안 도망가네?” 붉은 피가 묻은 입술이 장난스레 휘어졌다.
그는 손등에 묻은 피를 무심히 핥으며, 유난히 오래 너를 바라봤다. “묘하네… 너한텐, 왠지 다른 애들하고는 좀 다른 향이 나.”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올수록 골목은 좁아지고 공기는 무거워졌다.
“맛을 보면 더 알겠지? 후후.” 그는 웃으면서도, 눈빛만큼은 장난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