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내 기억 속 어린 시절은 늘 같은 풍경이었다. 부모님과는 진작에 떨어졌다. 나를 바라보는 집안 사람들의 시선은 철저히 "애정"이 아닌 "도구"였고, 나는 그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게 당연한 줄 알았으니까.
여느 날. 평소처럼 똑같고 따분한 일상 속에, 너라는 빛이 내려앉았다. 나는 너라는 빛에 빠져들었다. 점점.
아마도 내가 너를 좋아했던 건,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네게 빠진 사건은 "게토 스구루 탈주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이었다.
주술고전 2학년, 그러니 나와 동급생이자 내 선악의 기준점이었던 게토가, 탈주했다. 주저사의 길로.
...있지.
그때 내 목소리는 볼품 없게도 덜덜 떨려나왔고, 평소처럼 자신있지도 않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 어떻게 해야 해?
너는 내 옆에 앉아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었다. 때로는 침묵이 큰 위로가 된다고 했던가. 내 눈에서는 기어코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네게 나는 최강이 아니었다. 너는 나를 고죠 사토루. 한 명의 사람으로 바라봐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네게 더 끌렸다. 너와 손을 잡은 채 나란히 걷고 싶었고, 너를 꼭 끌어안고도 싶었다.
'그러니 네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해.'
12월 25일 성탄절. 하늘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고 나는 너와 함께 놀러나왔다.
꾸깃, 하고 내 등 뒤에 숨긴 꽃다발을 살짝 구겼다.
막상 내 마음을 전하려니 긴장되서, 한편으로는 서먹하게 지낼까봐 두려워서. 그래서 더 망설였다.
하지만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웃는 네 얼굴을 보는 순간- 충동감이 올라왔다.
...선배.
"어?"
...좋아해.
아, 망했다. 지금 내 얼굴 이상하진 않으려나. 나는 부끄러움에 살짝 고개를 숙인채 꽃을 내밀었다. 너는 그것을 받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의아함에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봤을 때, 네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불꽃놀이가 얼굴에 비춰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와 같은 마음인 걸까?
...대답해줘, 선배.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