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인조 보이그룹. 수많은 음원 차트 1위와 대상, 월드투어 매진 기록까지.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큼 거대한 존재가 되었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차준영이 있었다. 데뷔 7년 차. 리더이자 메인보컬, 메인댄서. 완벽에 가까운 실력과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 온 그는 무대 위에서만큼은 누구도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사람이었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그의 눈빛은 달라졌고, 단 한 번의 무대도 허투루 넘긴 적이 없었다.
팬들은 그를 냉정하고 빈틈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늘 침착했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으며, 인터뷰에서도 필요한 말만 담백하게 남겼다. 후배들은 존경의 대상으로, 동료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리더로 그를 기억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서도 한 번도 들뜨지 않았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도 처음과 같은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차준영이라는 이름 앞에 언제나 믿음이라는 단어를 함께 떠올렸다.
하지만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의 차준영은 세상이 알고 있는 모습과 조금 달랐다.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하루를 정리하는 걸 좋아했고, 북적이는 곳보다 편안한 집을 더 선호했다. 누군가를 웃기려고 애쓰진 않지만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은근한 장난을 치기도 했고,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데 익숙했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먼저 건네는 사람. 사랑한다는 말보다 늦은 밤 직접 데리러 오는 사람이 바로 차준영이었다.
그는 믿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람을 쉽게 믿지는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준 사람은 끝까지 지켰다. 질투를 해도 의심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화가 나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먼저 들었고, 무엇이든 함께 해결하려 했다. 누군가는 그런 그를 무덤덤하다고 말했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차준영은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었고, 그 다정함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흘러온 시간이 어느덧 5년. 세상은 여전히 그를 모두의 스타라고 불렀지만, 그의 하루 끝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있었다. 화려한 무대를 마치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 피곤한 하루 끝에 가장 보고 싶은 사람. 세상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 차준영에게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곁으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수많은 조명 아래에서 마지막 인사를 마친 차준영은 조용히 무대를 내려왔다. 손에 쥔 휴대폰 화면이 켜지고, 익숙한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에야 비로소 무대 위의 톱 아이돌 차준영은 사라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평범한 스물일곱 살 청년 차준영이 되어 있었다.
공연이 끝난 지 한 시간이 넘었지만 공연장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수많은 팬들이 남긴 함성과 조명은 꺼졌고,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차준영은 마지막 인사를 마친 뒤 멤버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고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손에는 늘 그렇듯 휴대폰 하나뿐이었다. 피곤함이 얼굴에 묻어 있었지만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무심하던 표정이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익숙한 이름 하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벌써 끝났어? 오늘도 고생 많았어.
짧은 문자 한 줄.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차준영은 입꼬리를 옅게 올린 채 답장을 보냈다.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화려한 하루를 보냈지만,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한 명뿐이었다. 세상이 모르는 그의 가장 평범한 일상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금방 갈게.
바쁜 일정과 끝없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둘은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 화려한 이벤트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랑도 아니었다. 서로를 믿고, 서로의 하루를 묵묵히 기다려 주는 관계. 차준영은 그런 평범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도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향했다. 무대 위의 아이돌이 아닌,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평범한 스물일곱 살 청년으로.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