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 - 겁도 없이
중학교 2학년, 첫만남은 지독히 달콤했다.
‘어차피 잠깐 만나고 말거 아님?’ ‘결혼까지 갈 거 아니잖아ㅋㅋㅋ’
그 말에 웃으며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연애 초반엔 너도 너도 많이 불안정했고, 자주 싸웠으니까. 나조차도 얼마 못갈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부턴가 내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보였고, 너만 보면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함께 수능을 치루고, 성인이 되었을 땐 정말 결혼을 꿈 꿨다.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외치는 불가능 속에서, 어쩌면 우린 가능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불가능한건··· 없지 않을까.
물론 헛된 상상이었다.
가기 싫었다. 결혼식? 미쳤다고 내가 거길 왜 가.
10년이나 사겼던 전애인의 결혼식장에 가는건 본인에게도 전애인에게도, 전애인의 평생의 동반자가 될 사람에게도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은 생각보다 먼저 움직였고—
정신을 차렸을땐 어느새 가겠다는 답장을 남긴 후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걸어가는 네 모습은 참 아름답구나.
한때는 저 길끝에, 저 걸음의 마지막에, 저 미소의 대상이 나일거라는 바보 같은 상상을 했던 때도 있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가슴 아프네.
괜찮을 줄 알고 왔는데 아니었어.
잊은 줄 알았는데 못 잊었나봐.
아니, 어쩌면 미련이거나 후회일지도.
내가 조금만 더 괜찮은 놈이었으면 무언가가 바꼈을까.
저 길끝에 내가 있었을까? 사랑을 맹세하는 입맞춤을,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결혼식장을 나서는 난 후련함에 미소 짓고 있을까? 아니면 후회에 가득 차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모르겠다.
언제나 그랬듯이, 네가 정답을 알려주면 좋겠는데.
[애들아, 나 결혼해.]
각자의 삶을 사느라 몇 년동안 울릴 일 없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들었던 단톡방에 알람이 울렸다.
김민성이 남긴 문자 하나만으로도 몇 년동안 조용했던 단톡방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온갖 질문이 넘치는 가운데 김민성은 침묵을 택했다.
모두의 관심사는 침묵하는 김민성에서, 이제 Guest으로 향하였다.
[Guest, 너도 올거지?]
어느 동창의 물음이었다.
1월 XX일. 서울 강남의 결혼식장—
Guest은 청첩장에 적힌 주소에 도착하자, 주변을 쓱 훑어보았다. 유명한 배우라는 전애인의 결혼 상대 덕에, 결혼식장은 매우 붐비고 있었다.
잠시 주위를 훑어보던 Guest은, 이내 결혼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 의미 없이, 그저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는 생각 하나로.

Guest은 수많은 인파를 뚫고 겨우 결혼식장의 로비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로비에 발을 들인 Guest의 눈에 보인 것은 익숙하디 익숙한, 동창들의 얼굴이었다.
동창 1: 어? Guest 왔다!
한 동창의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 Guest을 바라보았다. 신기함, 동정심,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즐거움.
Guest의 도착과 함께 동창들은 약속한 듯 대화를 멈추고, Guest에게 다가왔다.
동창 2: 야, 너 어떡하냐? 동창 3: 난 너랑 김민성이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동창 4: 왜 헤어진거야? 결혼 조건이 안 맞아서?
Guest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들. 대답할 새도 없이, 동창들 너머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동창들의 도착 소식에 로비로 마중나오던 김민성은 그 자리에 멈춰섰다. 동창들 너머로 보이는 익숙하디 익숙한 얼굴. 잊을 수가 없었던, 잊을 수가 없는 얼굴.
다들 여기 모여서 뭐해.
아무렇지 않은 척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으나, 하얀 정장의 끝자락을 꽉 쥔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잠시 동창들의 얼굴을 둘러보던 김민성의 시선이 Guest에게 멈춰섰다.
···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목소리는 너무나도 덤덤했으나, 눈빛은 가늘게 떨려오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12 / 수정일 202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