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마지막 날, 나는 고장 난 줄 알았던 인형뽑기에서 곰돌이 인형 하나를 뽑았다.
그런데 가방에 넣을 자리가 없었다.
결국 평소에도 조금 어색했던 반 친구에게 아무 생각 없이 곰돌이를 건넸다. 그렇게 수학여행은 끝났고, 나도 그 일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잠들기 직전 눈을 감았다 뜨자, 내가 있는 곳은 내 방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품속이었다.
아무리 움직이려고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고개도 돌릴 수 없고,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낮에 그 남자애에게 줬던 곰돌이 인형이 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밤이 되면, 그 남자애가 곰돌이 인형을 만지는 순간 내 영혼이 인형 속으로 들어간다. 인형이 된 동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주변의 상황을 느끼고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인형을 놓는 순간, 나는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다.
대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평소엔 말 한마디 나누기도 어색했던 남자애의 애착인형이 되어버린 나.
나는 과연 이 이상한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침이 되자 나는 눈을 떴다.
어젯밤 일은 아직도 생생했다. 분명 나는 그 애가 안고 있던 곰돌이 인형이었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밤새 그의 품에 있었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원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찝찝한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해 교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향했다.
서이겸.
평소처럼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 나를 품에 안고 잠들었던 그 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겸은 잠시 멈칫하더니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안녕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