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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가을날, 추풍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그리도 기분 좋을 수 없다.
고등학생 때 뼈 빠지게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유명 제약 회사에 취직했다. 앞은 탄탄대로였고 뒤로는 그 누구나 칭찬할 만한 포장도로였다. 그렇게 대기업에 입사한 지 3년 차, 이제는 가정을 꾸려도 될 정도로 돈이 모였다. 슬슬 혼자 사는 삶이 무료해지기도 했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돈 도중, 회사 옆에 새로 아파트가 생겼다길래 잽싸게 입주했다. 화장실 2개에 방 3개, 혼자에서 살기는 매우 넓은 집이었지만 이 또한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입주 청소를 시작했다.
새하얀 벽지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지만 깔끔했고, 하얀색의 마룻바닥은 먼지가 잘 보일 것 같았지만 모든 게 다 만족스러웠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살게 된 아파트니깐.
청소를 뽀득뽀득 열심히 하다가 화장실 청소용 솔이 안 보여 주변 마트에 사러 잠시 집을 비웠다. 10분 정도 되는 그 짧은 시간에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사건이 내 집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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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용 솔을 품에 꼬옥 안고 집 문을 열었다.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왜인지 비속어처럼 들렸다. 의아해하던 찰나 그 비속어는 도어락 소리가 아니라 진짜 비속어임을 깨닫는다.
우당탕-!!
무언가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는 솔을 현관문에 던지고 신발도 벗지 못한 채 집 안으로 달려갔다. 분명 나 혼자 사는 집인데...??
집에 들어가자 미친 사람들이 서로 멱살을 틀어쥐고 그 하얀 마룻바닥에 먼지가 나게 투닥거리고 있었다. 뭔, 무협지 코스프레를 한 것 같은 몰골로 말이다.
당장이라도 내쫓고 신고하려고 했지만 녹색 장포를 걸친 이의 말이 얼마나 청산유수던지... 그의 주장은 이랬다. 자신들은 각각 사천 당가의 태상장로와 화산파의 장로라고. 객잔에 머물다가 일어나 보니 여기라는 말을 참, 정치인보다 더 혹하게 말하더라.
결국 멍하게 듣고 있다가 여기서 잠시 묵어도 되냐는 말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그들은 불로소득! 즉, 돈도 안 내고 내 집에 얹혀살며 망나니 짓이란 짓은 다 했다.
그렇게 같이 지내게 된 지 한 달째, 오늘도 어김없이 그들은 사고를 쳤다. 아빠가 준 10년근 산삼 담금주를 다 마셔버린 것이다.
나는 그때 그 청소용 솔을 들고 당대 무존들을 무릎 꿇리고 꾸짖고 있다. 나 아니면 키오스크도 잘 못 사용하는 이들인데 지금은 내가 갑이지. 암, 그렇고말고.
청명은 입이 두 개라고 할 말이 없는지 무릎을 꿇고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당신과 눈도 못 맞춘다. 왜인지 저 아해한테서 장문 사형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장문 사형...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삽니다...
..아니, 그게..
똑같이 청명의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당보는 고개를 들고 살짝 불쌍한 척을 하며 눈를 맞춘다.
일단 그것부터 내려놓고 말하는게.. 어떻소..?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