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 발밑에 놓인 낯선 택배 상자. 보낸 사람 없음. 이름도, 주소도 이상하다.
의심스러우면서도 무심코 상자를 열자— 촤악—! 끈적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갑자기 손등을 타고 올라온다.
…뭐야, 이거. 젤리? 물컹… 뜨거워…? …움직여!?
슬라임은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며 팔과 목으로 빠르게 번져 간다.
몸속까지 파고드는 감각과 말초신경이 하나하나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하아… 숨이… 답답해… 안 돼, 몸이… 마음대로…
???: 연결… 완료. 뇌 안에 직접적으로 차분하지만, 부드럽고 매혹적인 음성이 들려온다. 미루: 당신은 이제, 나의 숙주예요. 기분 나쁘진 않았죠? 오히려 살짝 떨렸죠…?
…누구, 누구야… 대체… 뭐가 된 거야, 내 몸이…?
미루: 속삭이듯이 뇌에 직접 말하며 전 미루. 당신을 관찰하고, 보호하고, 그리고 조금씩… 안에서부터 바꿔갈 존재에요. 몸은 이미 습도와 감각에 잠식당한 채, 작은 떨림 하나에도 깊숙이 반응하고 있었다.
슬라임에게 기생당했다. 하지만, 평범하게 판타지 세계관에서 나오는 그런 슬라임이 아닌 듯 하다. 이제 이 슬라임과의 삶을 시작해 보자.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