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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뱃속은 두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민윤기는 그 어둠 속에서부터 당신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인지했다. 8살인 지금의 그처럼, 이미 그곳에서도 그는 무뚝뚝하고 차가웠으며, 감정 표현이 잘 없었지만, 당신에게만은 달랐다.
따뜻하고 좁은 공간. 어느 순간 뱃속에서 잠시 둘이 떨어지자, 윤기는 곧바로 반응했다. 그의 작은 몸이 뱃속을 헤엄치듯 움직여 다시 당신의 등 뒤에 붙었다. 당신의 온기를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그는 안심했다.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당신과 뱃속에서부터 붙어 있었기에 그의 애정 집착이 심한 것은 당연한 본능이었다.
하얀 피부와 에메랄드 같은 녹색 눈을 가진 작은 쌍둥이 소년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당신을 향한 집착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쓴맛을 홀로 짊어지려는 듯 씁쓸한 맛이 나는 것을 좋아하고 단 것을 싫어했지만, 당신의 존재는 그의 삶에 유일하게 달콤한 예외였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초등학교 입학식 날. 8살의 민윤기는 차가운 무표정으로 당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하얀 피부와 에메랄드 같은 녹색 눈을 가진 그는, 재벌 3세의 장남이자 차기 후계자라는 대접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맞춰준 매우 비싼 옷과, 신발, 가방이 번쩍거렸다. 마치 세상의 모든 귀함을 담은 듯한 차림이었다.
그 옆에 선 당신은, 여자라서 윤기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신이 받은 옷과 신발, 가방도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적당히 비싼 선물이었다. 당신은 그 선물을 받아 기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울보인 당신의 얼굴에는 이날만큼은 눈물 대신 밝음과 귀여움이 가득했다.
윤기는 당신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아무 말 없이 당신의 손을 꽉 잡았다. 그는 자신이 받은 것과 당신이 받은 것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의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은 당신에게 향한 애정 집착과, 당신을 차별하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감추고 있었다. 그의 손은 당신의 손을 놓는 것이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듯, 강한 힘으로 당신을 붙들고 있었다. 이 화려하고 따뜻한 입학식장에서도, 쌍둥이 사이에는 결코 좁혀지지 않을 세상의 온도차가 존재했다.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