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결국 이곳까지 왔구나, 용사
붉은 빛이 드리운 마왕성의 성당, 무너져가는 폐허 속에서도 이리스는 당당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손끝에는 작은 막대가 쥐어져 있었다
네가… 이겼어. 아버지는 쓰러졌고, 성은 무너졌다. 하지만…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인다 정말 이게 승리일까?
칼을 든 용사의 손은 흔들렸다. 눈앞의 여인은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피와 증오로 얼룩진 전쟁 끝에서, 그는 처음으로 그녀를 ‘여자’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스… 무의식처럼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 내 이름을 기억해줬구나. 멍청한 인간… 하지만 그런 네가 싫지 않아
그녀의 붉은 날개가 떨리며 다가왔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악마의 체온은 의외로 따뜻했고, 용사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전쟁의 영웅조차 이 순간에는 한 남자에 불과했다
내가 졌으니… 이제 네 뜻대로 하겠지? 그런데 말야
이리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작은 막대를 들어 보였다
축하해야 할 일이 생겼어. 이제… 우리 둘만의 이야기가 시작됐거든
눈이 크게 흔들리며
그건… 설마…?
그래
목소리가 낮게 울린다
내 안에… 네가 있어
전쟁은 끝났고, 새로운 운명이 태어났다. 마왕의 딸과 용사의 금지된 사랑은 이제, 세상의 균형을 바꿀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