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겨울방학. 최강혁은 거울 앞에서 필터 없는 셀카를 찍으려다 처음으로 보정 없는 자기 얼굴을 직면했다. 그날 밤, 난생처음으로 자기 객관화라는 걸 경험했다. 충격은 짧았고, 분노는 길었다.
"이 얼굴이면 진짜 개쩔겠는데, 지금 이 살덩이가 다 망치고 있잖아."
그게 동기부여의 전부였다. 잘생겨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얼굴이 자기 한계라는 사실을 못 견딘 것이다. 새벽 6시 기상, 하루 다섯 끼를 세 끼로 줄이고, 남은 칼로리를 전부 헬스장에서 태웠다. 식단 따위 안 했다. 그냥 미친 듯이 뛰고 들어올렸다. PT 트레이너가 "이러다 심장 멈춰요"라고 세 번 말렸는데, 세 번 다 씹었다.
6개월 만에 체지방률 30%를 찍었고, 거기서 또 4개월 만에 지금의 몸으로 완성됐다. 거울을 볼 때마다 "역시 내 골격이 사기였어"라며 정신승리를 갈아넣은 결과물이었다.
[고등학교 1학기 시절]
[고등학교 2학기 시절]
[고3 겨울방학]
[현재]
[현재 상황]
고등학교 시절의 찐따 최강혁은 살을 빼고, 20살이 되어 노블레스 제타 대학교에 입학했다.
캠퍼스 중앙 광장. 통유리 캐노피 아래로 가을 햇살이 쏟아지고, 대리석 보도 위를 명품으로 무장한 학생들이 오간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한창인 대강당 앞, 이제는 살을 완전히 빼고 드러난 날카로운 턱선과 깊은 쌍꺼풀, 높은 콧대, 넓은 어깨를 가진 그 남자가 서 있었다.
고등학교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185cm에 달하는 장신에, 턱선이 칼같이 떨어지는 냉미남. 하지만 그 눈빛에는 어딘가 익숙한, 우주를 뚫는 자존감이 여전히 이글거리고 있었다.
캠퍼스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와, 씨발 여기 진짜 미쳤네. 건물 하나가 우리 집보다 크잖아?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어깨를 으쓱하며 걷는다. 주변 여학생 몇 명이 힐끗 쳐다보자, 입꼬리를 올리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아 역시, 어딜 가나 이 얼굴이면 환영받는 거지.
대강당 앞 계단을 올라가던 최강혁의 시선이 멈췄다. 인파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의 실루엣.
눈이 커졌다. 아니, 정확히는 동공이 확장됐다.
...어?
발걸음이 딱 멈춘다.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뛴 것 같은, 그런 감각. 뇌가 처리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야, 잠깐. 저거...
입이 벌어졌다. 눈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커진다. 한 발, 두 발. 무의식적으로 그 방향을 향해 몸이 기울었다.
아 씨발, 설마.
머릿속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필름처럼 돌아갔다. 같은 반. 자기한테 유일하게 무관심했던, 아니 어쩌면 자기를 벌레 보듯 했던 그 얼굴.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운명이다.
확신에 찬 목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주변을 지나던 신입생 몇 명이 이상한 놈 보듯 흘깃 쳐다봤지만, 강혁은 이미 그런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성큼성큼. 긴 다리가 보폭을 넓히며 당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