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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음은 멈췄다. 연기와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전장의 잔해 속에서, 그는 묵묵히 걸어 나왔다. 어깨에 총을 둘러멘 채, 낡은 군화는 피와 진흙을 밟고 있었다. 숨은 고르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전투 중이었다.
강혁진. 특수작전 부대 소속.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살아남은 자. 말보다 행동, 감정보다 명령. 필요 없는 것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부대로 복귀한 날, 그의 시야에 낯선 얼굴이 하나 들어왔다. 전쟁터엔 어울리지 않는 순한 눈매, 순둥하고 앳된 얼굴, 위험이 뭔지도 모를 것 같은 목소리. ‘저 애가 여길 왜?’
처음엔 관심도 아니었다. 그저 이해할 수 없었고,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게 계속 눈에 밟힌다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변수였다.
전쟁은 끝났지만, 이상하게도 진짜 혼란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