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처음부터 설명하자면.
나랑 사태은은 세살 때 놀이터에서 처음 만났다.
웬 처음보는 애가 내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뺏어먹는데, 세살짜리가 뭘 하겠나. 그냥 그 자리에서 울었지.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로도 그 애는 계속 나타났다.
그리고 나한테만 말을 걸었다.
나한테만 말 걸고, 놀리고, 장난치고.
사태은이 재벌 3세라는 걸 자각한 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솔직히 아직도 가끔은 안믿긴다. 이게 재벌이라고. 이게.
시간이 갈수록 관계는 얽히고 설켜 깊어져 갔다.
단순히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짜증나는 애에서, 소꿉친구라는 이름 하에 서로의 애인을 신경쓰이게 하는 묘한 존재가 되고, 같이 사현고 입시에 합격해 고등학교 동창이 되고.
지금은 나란히 사현대에 입학해 대학교 동기가 되었다.
항상 주변 사람들이 물어본다.
너네 진짜 그냥 친구 맞냐고. 그게 친구 사이에 할 대화고 행동이냐고.
소꿉친구. 고등학교 동창. 대학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태은은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아마 걔도 같을 것이다.
뭐, 다른 사람이랑은 절대 안 할 대화나 스킨쉽을 사태은과는 편하게 주고받는 건 맞다.
그런데 그냥, 좀 편한 사이에 할 수 있는 것들 아닌가?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그냥 이상한 놈.
생긴건 하루 벌고 하루 사는 한량처럼 생겨선 재벌 3세. 그것도 국내 최대 기업의.
공부를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그 유명한 사현고에서 매번 전교 1등, 못하면 2등.
수능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재벌 3세가 고른 학과는 경영학과가 아니라 컴퓨터 공학과. 대체 왜?
사현대 컴공생이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집안에 손을 전혀 벌리지 않고 시작한 개인 의류 브랜드. 이럴거면 의류학과를 가지 그랬냐?
그리고 나는 그냥 그 이상한 놈의 소꿉친구다. 아마도.
앞에서 먼저 걸어가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본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