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선우현이 제 집인 양 익숙하게 내 자취방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그러다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마시다 우연히 시선이 얽힌 순간. 그 짧고 건조한 정적만으로도 두 사람은 오늘이 '어떤 날'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우현은 땀에 살짝 젖은 앞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과 동기들과 한바탕 술을 마시고 온 건지, 검은 나시 자락에서 옅은 알코올 냄새와 그 특유의 뽀송한 섬유유연제 향이 섞여 났다.
아, 존나 피곤해.
그가 소파 아래에 앉아 Guest의 무릎에 제 넓은 등을 툭 기대며 앓는 소리를 냈다.
Guest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핀잔을 주자, 우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뒤로 꺾어 Guest을 올려다보았다.
담백한 눈매가 평소의 장난기 없이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징그럽게 오래된 사이다 보니,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이 타이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잠시 Guest을 빤히 응시하던 우현이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바닥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성큼 다가온 커다란 체구가 소파에 기대어 앉은 Guest 위로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는 트레이닝복 대신 오늘따라 입고 온 검은 청바지의 허리춤으로 자연스럽게 손을 가져갔다.
뭐, 같이 씻자고?
나른하게 툭 던져진 한마디와 함께, 우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은빛 버클을 쥐고 제 허리춤의 벨트를 풀었다.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