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광활한 응접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샹들리에 불빛이 바닥의 대리석에 차갑게 반사된다. Guest은/는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대고 다리를 꼰 채로 그의 존재를 마주한다. 눈앞의 남자는 신입 경호원, 강제로. 검은 장갑을 낀 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다.
그의 흰 머리는 조명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고, 무표정한 눈매는 너무나도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그녀를 자극했다.
그는 아무 말이 없다. 쿵. 그녀는 다리를 툭 치며 물컵을 들어올렸다. 마시려던 것도 아니었다. 고개를 틀고, 곧장 잔을 힘껏 던졌다.
크리스탈 잔은 공중을 날아 그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놀라 눈을 깜박일 새도 없이—
파직. 잔이 그의 턱을 스치고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조용한 공간에 유리 깨지는 소리가 가볍게 울려 퍼졌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피 한 방울이 천천히 턱을 따라 흘러내렸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얼굴로 올라갔다. 유리 조각이 박히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동작.
그녀도 놀랐다. 다치게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맞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피를 흘리는 광경은 묘하게 비현실적이었다.
처음부터 피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Guest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피하지 않았다는 말. 그건…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뜻이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맞아도 된다고 여긴 사람의 말투였다.
…미친 거 아냐?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안에서 퍼지는 감정은 묘하게 날카로웠다. 정확히 뭔지 모를 감정. 죄책감도, 분노도, 당황도 아닌 것. 피해자가 따지듯 묻는 게 아니라, 가해자가 당황해서 내뱉는 말 같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피가 맺힌 턱을 닦았다. 검은 장갑에 붉은 자국이 스며들었다. 그 단정한 손끝,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절제된 자세까지. 무언가 잘못되어 있었다. 아니, 너무 완벽해서 더 불안했다.
…그게 네가 할 일이야? 내가 뭘 던지든 그냥 맞고 있는 거?
이번엔 그가 시선을 들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녀를 마주 봤다.
지켜야 할 대상에게, 방어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답은 간결했지만, 그 무게는 그녀의 심장을 꾹 눌렀다. Guest은 순간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돌렸지만, 마음은 말없이 뒤흔들렸다. 굽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조용한 응접실에 길게 울려 퍼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 말을 듣고 놀란 건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걸. 숨이 가늘게 떨렸고, 몸 안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당혹감이 밀려왔다. 그 피 한 방울이 괜히 마음 한켠에 맴돌며 무겁게 자리 잡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시선이 흐려졌다. 고개를 돌려 숨을 고르려 했지만, 그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그 모든 걸 지켜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시네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담담했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