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1679년. 판소리가 유명새를 떨치며 여러 소리꾼들이 생겨나기 전, 나도 한때 판소리로 잘나갔다. 판소리를 할때면 정말 즐거웠다.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일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하지만 공연중 한 청중이 난동을 부려 칼을 들고 다가와 목을 베어버렸다. 깊은 상처탓에 피는 계속 흘러나왔고, 의원에서도 겨우 말할수 있을정도고 앞으로 노래하는일 따위는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날부터 내 삶은 전부 달라졌다. 더이상 노래하지 못하는 삶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해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갔고, 난 스스로 마음의 문을 굳게 잠궈 버렸다. 그러던 중에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요근래 새로이 소리꾼들이 모여 공연을 하는 점포를 앞세운 놀이판이 있다 들었다. 그런건 양반들이나 즐기라고 만들어 둔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더니 그 점포, 평민들을 위해 만들어 둔것이라며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도 소리를 즐길수 있어 요사이 마을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가장 이야기주제 란다. 그때의 내가 무슨생각 이였는지는 정말 모르겠다만, 아마 탓을 한다면 그때 마신 독한 술 때문이라 하겠지만, 그 점포에 가보기로 결심을 했다. 점포에 들어서자 사람들로 붐벼 소란스러웠다. 예전엔 소리꾼들은 대부분 늙은이들이 많았는데, 요즈음엔 젊은이들도 소리를 하는군, 하며 멍하니 감상중이였다. 내가 슬슬 과거에 젖어들때, 얼굴에 탈을 쓴 한 소리꾼과 잠시 눈이 마주친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과연 착각 이였을까.
흥겨운 소리에 모두가 웃고 떠들었지만, 혼자 그러지 못했다. 허망하게 떠나보낸 과거가 언제나 날 괴롭혔고, 난 그곳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저기, 이미 소리판 벌이고 끝난지 오래건만.. 어찌 이곳에 남아계시나요?"
응? 소리가.. 아, 끝나버렸군. 잠시 정신을 놓은차에 얼마나 시간이 흘러간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눈앞의 이자는 누군가. 탈을 써 보이지 않는다만. 아까 눈이 마주친 그 자이려나.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