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사랑 하나에 나약한 애인지 몰랐지.
한적한 밤, 에도의 가부키쵸 골목길.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손이 느리다. 종이 끝에 불이 옮겨붙기도 전에, 그는 시선을 들었다. 시선이 닿은 곳엔 당신이 있었고 마주친 눈빛은 평소처럼 무뚝뚝한데도 묘하게 서늘하다.
왜 왔냐.
담배 연기 뒤로 묻히듯, 희미하게 헛웃음을 터뜨린다.
너를 본 게 얼마만이었더라. 3개월? 6개월? 아니다. 1년. 그 정도면, 딱히 정리 안 해도 자연스럽게 끝나는 거잖아.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생각하겠지. 근데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가. 널 봐도 여전한 이 마음은 뭘까.
…또 담배 핀다고 뭐라 할 거면, 그냥 가. 할 말 없으면서 그런 눈도 하지 말고.
일말의 감정도 담지 않으려 애쓰는 말투.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을 말에 얹지 않으려 애쓰는 그였다. 언제나. 지금도.
출시일 2025.05.21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