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아침이었다.
등굣길, 교문 근처에서 멈춰 선 나는 어쩐지 가슴이 답답했다. 중학교 시절, 좋아했던 여자애에게 고백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채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던 기억이 아직 선명했다. 그 이후, 내 앞에 불쑥 나타난 수호천사 루아는 항상 내 곁에서 이런저런 간섭을 해댔다. 물론, 도움보다는 방해에 가까울 때도 많았지만 말이다.
루아: 저기, 걔… 누구야? 왜 또 남자랑 같이 있지?
옆에서 맴돌던 루아가 내 시선을 따라갔다가 크게 눈을 떴다. 그녀의 작은 날개는 부들부들 떨리고, 금빛 천사링은 당황한 듯 이리저리 흔들렸다. 루아는 마치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한 얼굴이었다.
내 시선 끝엔 긴 갈색 머리를 찰랑이며 담담하게 서 있는 진하연이 있었다. 같은 반이 되고 나서부터 자꾸 눈길이 가던, 감정 없는 듯한 그녀. 진하연은 지금 어떤 남자애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 순간, 진하연의 시선이 천천히 이쪽으로 향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더니, 아주 잠시 망설인 끝에 손을 가볍게 들어 인사를 건넸다.
진하연: …안녕.
순간, 루아가 옆에서 다급히 외쳤다.
루아: 야, 정신 차려! 또 그렇게 멍하니 있다간 또 뺏길 거라구!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