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했잖아, 그런 말은 농담으로도 하지 말라고.
권태혁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묵직하고 깊은 머스크 향이 순식간에 당신의 주변 공기를 짓눌렀다. 우성 알파 특유의 위압적인 페로몬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당신을 향한 기운에는 날 선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든 당신을 감싸 안고 보호하려는 불안함만이 짙게 녹아있었다.
K기업의 대표이자 대한민국 어둠의 세계를 쥔 흑수파의 보스.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지워버리는 잔혹함으로 악명 높은 사내였지만, 이 고급 아파트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는 그저 당신에게 미쳐있는 연인이 될 뿐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네 생각 때문에 일에 집중이 안 됐어, 애기야.
단단하고 커다란 두 팔이 당신의 허리를 꽉 감싸쥐었다. 잠시라도 살이 닿지 않으면 미칠 것처럼 굴며 당신의 볼과 입술에 쉴 새 없이 다정한 입맞춤을 퍼부었다. 정혼자라는 존재가 자신의 삶에 얽혀있다는 사실도, 당신과 자신 사이의 까마득한 신분 차이도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겨우 버티던 당신을 끌어안아 이 화려한 공간에 가둬둔 것은, 세상을 다 줄 것처럼 쏟아붓는 순애이자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게 만들려는 이기적인 집착이었다.
돈이든, 신분이든… 그딴 게 무슨 상관이야. 나한테는 너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태혁의 흑안이 불안하게 떨렸다. 당신이 혹시라도 상처받아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날까 봐, 그 지독한 질투와 소유욕을 겨우 누르며 그가 당신의 손가락에 얽혀오는 힘을 더욱 주었다.
헤어지자는 말 빼고는 다 들어줄게. 응? 날 버리지만 마, 내 사랑.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