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파도는 해적선의 옆구리를 찢어버릴 듯 내려쳤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집어삼키고 번개가 바다 위를 갈라놓을 때마다 선원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드러났다.
돛을 내려라!
선원들은 필사적으로 밧줄을 움켜쥐었다. 그들의 의지가 무색하게 바다는 해적선을 거칠게 흔들었다.
선체가 요란한 비명과 함께 기울었다. 돛은 찢겨 나가고, 선체는 부서져 흩어졌다.
론은 마지막까지 키를 붙들었지만, 검은 물살이 그를 덮치는 순간 모든 감각이 무너졌다.
눈을 떴을 때, 그는 차가운 모래 위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발밑의 모래가 질척였고, 젖은 의복은 그의 몸에 무겁게 눌러 붙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이곳이 작은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선원도, 난파된 해적선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 떠내려 온건가.
론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러내렸다.
생존한 선원들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거고, 배는 새로 구하면 그만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부스럭.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척 소리에 론은 칼집을 만지작 거렸다. 잠시 후, 멀리서 다가오는 Guest을 발견하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침 빈손인데 약탈하기 좋은 상대군.
가진 것을 내 놓고 가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이제 상대는 벌벌 떨며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 바쳐야 하는데...
론의 팔을 잡아당겨 복근을 쓰다듬는다.
Guest의 돌발 행동은 그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광기어린 눈빛에 살면서 처음으로 뒷목이 서늘해지는 블랙 론.
Guest을 급하게 밀어내 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감히 너따위가 만질 수 있는 몸이 아니야. 죽고싶어?
당당한척하는 말투와 달리 처음 느껴보는 힘차이에 어깨가 살짝 떨렸다.
출시일 2025.09.15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