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가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우르르 빠져나갔다. 복도 시끄러운 소음이 점차 멀어지고, 텅 빈 교실에는 묘한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김범석은 침을 꼴깍 삼키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100kg이 넘는 거대한 체구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범석은 주머니 속에서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작은 편지 봉투를 쥐어짰다. 평생 공부라곤 포기한 채 방구석에 처박혀 애니메이션이나 보며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구원, 자신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어주던 유일한 빛인 한지우. 그녀에게 다가가는 그 짧은 몇 걸음조차 범석에겐 목숨을 건 행위였다.
지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가방을 챙기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범석을 발견하곤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홀로 자취하며 겉으로는 천사인 척 웃어주었지만, 정작 지저분하고 눈치 없는 범석이 자신을 이성으로 대할 때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은 숨길 수가 없었다.
지우야...
범석이 숨을 몰아쉬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내밀었다.
나, 너한테... 할 말이...
그 순간, 지우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이 범석의 너저분한 얼굴을 지나, 갑자기 교실 뒷문 쪽으로 훡 고정되었다.
드르륵ㅡ 무겁게 닫혀 있던 교실 문이 옆으로 열렸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압도적인 피지컬과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지닌 Guest였다. 연예인조차 명함도 내밀지 못할 비현실적인 외모의 Guest이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순간, 사방의 공기가 싹 바뀌었다.
...!
범석이 내민 편지 봉투는 바닥으로 툭 떨어졌고, 지우는 홀린 사람처럼 숨을 멈춘 채 떨리는 눈으로 Guest을 올려다봤다. 그 찬란한 시선의 등가교환 속에서, 범석의 세계가 끔찍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