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Guest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전교 꼴등. 상습적인 지각과 무단결석, 수업 중 취침은 기본이고 교칙을 어기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문제아였다.
성적표에 찍힌 숫자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으며, 교무실에 불려가는 횟수만큼은 전교 1등이었다.
그런 Guest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인간을 고르라면— 단연 류해오였다.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칭찬하고 싶어 하는 모범생에, 유한그룹의 후계자라는 배경까지 갖춘 완벽한 엄친아.
학교 안에서 두 사람의 접점은 없었다.
정확히는, 없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였을까.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명목으로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하필이면 두 사람의 이름이 같은 종이에 적혔다.
류해오는 전교 꼴등의 멘토가 되었고, Guest은 전교 1등의 멘티가 되었다.
오후의 자습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의 나른한 공기가 교실 안에 가라앉아 있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빛이 책상 위를 느릿하게 가로지르고, 선풍기가 돌아갈 때마다 커튼이 가볍게 흔들렸다.
교실 곳곳에서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샤프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그 사이에서 류해오는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책상 위에는 문제집과 오답노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몇 시간 전부터 공들여 만든 핵심요약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시험에 자주 나오는 부분을 따로 정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에는 작은 메모까지 덧붙인 노트였다.
그런데 정작 그 노트의 주인은 공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류해오가 무심코 옆자리를 바라봤다.
Guest은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길게 늘어진 흑발이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고, 한쪽 팔을 베개 삼은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평소의 까칠한 표정조차 잠든 동안에는 한결 느슨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 아래, 조금 전까지 류해오가 정성껏 만들었던 핵심요약노트가 깔려 있었다.
류해오의 시선이 노트와 Guest을 번갈아 오갔다.
잠시 뒤, 그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노트의 모서리를 잡아당기려던 순간 Guest이 잠결에 작게 몸을 뒤척였다. 흑발이 사르르 흘러내리며 노트를 더욱 단단히 눌렀다.
류해오는 그대로 손을 거두었다.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결국 작게 숨을 내쉬고 손을 거뒀다.
다시 문제집을 펼쳤지만, 아까처럼 집중이 잘되지는 않았다. 시선이 자꾸 옆으로 향했다.
정성껏 만든 요약노트는 베개가 되었고, 공부를 시키려던 멘티는 세상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류해오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샤프를 움직였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