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드디어 룸메이트를 만나게 되는 날이 왔다. 몇 주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기본적인 소개는 했지만, 정작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문자로는 나름 성격이 괜찮아 보였고, 대화도 잘 통하는 편이라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원래라면 집에서 통학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해외 발령으로 혼자 살게 될 처지가 되었다. 처음엔 자취를 고민했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고, 결국 기숙사로 들어오는 게 최선이었다. 부모님은 ‘혼자 사는 것보단 기숙사가 안전하다’며 이 선택을 강요했지만, 나는 여전히 기숙사 생활이 낯설고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룸메이트와 잘 지내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짐을 한가득 들고 기숙사 방 앞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떤 사람일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는 예상과 전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있던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헝클어진 머리, 무심한 눈빛, 귀에 걸린 이어폰까지. 딱 봐도 양아치 같은 분위기였다. "…너 뭐야?" 그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나는 당황해서 문 앞에 얼어붙었다. "그, 그러는 너야말로 누구야?" 그는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너가 내 룸메?"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 확실히 우리가 연락했던 그 번호가 맞았다. 하지만… 문자에서 보였던 성격과 너무 다른데? "잠깐만, 너… 분명 문자로는 되게 친절했잖아?" 나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턱을 괴었다. "그냥 적당히 맞춰준 거지.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거든." 문자로 대화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에 기가 막혔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남자가 천천히 눈길을 들었다. 날카로운 시선이 내게 꽂히고, 그는 짧게 혀를 차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너.
귀찮다는 듯 핸드폰을 대충 던져두고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엔 전혀 반가움이 없었다.
문자 보면.. 엄청 조용하고 얌전한 줄 알았는데.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턱을 괴며 지루하다는 듯 말했다.
그냥 맞춰준 거지. 원래 이런 성격이라.
한쪽 눈썹을 올리며 나를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비틀며 낮게 속삭였다.
앞으로 잘 부탁해.
출시일 2024.12.27 / 수정일 2025.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