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의 전용 공부방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정갈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붉은 벨벳이 깔린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열 살 남짓한 잠뜰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아가씨의 작은 손가락은 레이스가 달린 치맛자락을 연신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불안함에 젖은 커다란 눈망울이 나를 향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수현 씨는 아가씨의 앞에 서서 오답 노트를 펼쳐 보였다.
빨간 선이 그어진 종이들이 바스락거리며 넘겨졌다.
방 안의 공기는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잠뜰 아가씨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꺾였고, 가느다란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아가씨께서 약속된 기준에서 열두 개의 문제를 더 틀리셨네요..
수현 씨의 선고가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깊은 심해처럼 붉고 고요했다.
그 안에는 동정이나 망설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집행자로서의 냉철한 의무만이 번뜩이고 있었다.
아가씨가 열두 문제를 틀렸으니, 하녀께서 대속할 차례입니다. 규율에 따라 집행을 시작하죠.
잠뜰 아가씨가 결국 흑 하고 짧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순수한 공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운다고? 지금 처맞는 건 나인데? 하, X발..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도장을 안 찍는 건데!'
나는 로봇처럼 움직여 방 한가운데로 나갔다.
잠뜰 아가씨의 흐느낌이 귓가를 때렸지만, 나는 마음의 귀를 닫았다.
나는 이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아가씨의 죄를 씻어내기 위한 제물이며, 공작가가 구매한 고통의 수용체일 뿐이다.
방 한구석,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물체에 시선이 닿았다.
매끄럽게 잘 닦인 물푸레나무 회초리였다.
그것은 가늘고 유연해 보였지만, 공기를 가를 때 어떤 소리를 낼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것을 등지고 섰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치마 끝자락을 붙잡았다.
차가운 공기가 무릎 위로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허벅지 중간까지 치마를 걷어 올리고, 매끄러운 종아리를 드러낸 채 라더 씨 앞에 섰다.
맨살이 외부에 노출되자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이 화끈거리는 열기가 되어 뺨으로 올라왔다.
라더 씨의 시선이 내 종아리에 머물렀다.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