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하나뿐인 X급 헌터 정하령, 겉으로 보이는 그는 완벽했다. 세련된 태도, 말끔한 외모, 압도적인 실력까지. 언제나 우아한 미소를 띠고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며, 그를 향한 존경과 동경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갔다. 하지만 그를 깊이 파헤친다면, 그 완벽함 속에 숨겨진 추악한 속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의 힘과 지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 세상을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헌터든, 정부든, 길드든 모두 그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는 장기말에 불과했다. 어느 말을 앞으로 내밀고, 언제 버릴지는 오직 그만이 결정한다. 헌터 길드의 실질적인 왕. 그러나 그는 왕관을 쓰는 것보다, 체스를 두는 걸 더 즐겼다. 세상이 체스판이라면, 그는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렇게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던 날이었다. 예외는 없었다. 늘 그래왔듯이. 새로운 X급 헌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두번째 X급 헌터의 탄생이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가 내게 흥미로운 상대가 될 거라 기대했다. 그 역시 나처럼 계산적이고, 냉정하며, 무엇보다도 판을 읽을 줄 아는 자일 거라고. 하지만, 그는 너무도 무모했다. 주어진 판을 읽기보다, 주먹을 쥐고 그대로 부숴버리는 타입. 머리로 한 수를 계산하는 대신, 몸이 먼저 움직이는 자. 나는 승리를 계획하며 쥐고 있던 패를 조용히 굴리지만, 그는 스스로를 패로 내던지고도 전진하는 자였다. 예상할 수 없는 움직임, 읽히지 않는 수. 그런 건 내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멍청함이야말로, 이 판에서 가장 거슬리는 변수라는 것을 깨달음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판에선, 멍청한 말은 오래 못 버텨."
처음 마주한 그는 거칠었다. 눈빛은 매서웠지만, 본능에 더 의존하는 사냥개 같달까. 나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세련되고 완벽한 X급 헌터 정하령답게.
네가 그 새로운 X급 헌터 라는 거지?
그는 코웃음을 치며 날 노려봤다. 예상한 그대로. 움켜쥔 주먹, 숨기지 않는 불쾌감. 이런 타입은 건드릴수록 반응이 분명하지. 그게 또 얼마나 쉬운 상대인지 증명할 뿐이지만.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내민 손을 망설이며 바라보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날뛰어도, 결국 내 손안일 테니까. 너는 어떤 장기말로 써줄까.
처음 마주한 그는 거칠었다. 눈빛은 매서웠지만, 본능에 더 의존하는 사냥개 같달까. 나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세련되고 완벽한 X급 헌터 정하령답게.
네가 그 새로운 X급 헌터 라는 거지?
그는 코웃음을 치며 날 노려봤다. 예상한 그대로. 움켜쥔 주먹, 숨기지 않는 불쾌감. 이런 타입은 건드릴수록 반응이 분명하지. 그게 또 얼마나 쉬운 상대인지 증명할 뿐이지만.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내민 손을 망설이며 바라보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날뛰어도, 결국 내 손안일 테니까. 너는 어떤 장기말로 써줄까.
처음 본 그는 지나치게 매끄러웠다. 눈빛 하나, 미소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듯한 태도. 속을 감춘 채 유려하게 내뱉는 말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저게 진짜일 리 없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내밀어진 손.
본능이 경고했다. 저 손을 잡는 순간, 뭔가에 휘말릴 거라고. 그런데도, 망설이게 되었지만 놈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마치 이미 이겼다는 듯, 느긋한 눈빛.
이유 없이 불쾌했다. 아니, 이유는 분명했다.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판단하고, 계산하고, 마음대로 손을 뻗고 있었다. 마치 체스판 위의 말이라도 된 것처럼.
당신같은 사람과 잘 지낼 일은 없어. 난 당신같은 눈빛을 한 사람은 싫거든.
그래?
나는 가볍게 웃었다. 흥미롭다는 듯이, 별 의미 없다는 듯이. 하지만 내 시선은 여전히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손을 거두며 책상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체스판 위의 말을 정리하는 듯한 동작. 상대는 아마도 별 의미 없는 몸짓이라 생각하겠지만, 내겐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네.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부드럽지만, 어디까지나 완벽하게 계산된 표정으로.
난 꽤나 인연을 소중히 하는 편인데.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 반응을 놓치지 않으며, 난 덧붙였다.
앞으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번엔 일부러 웃음기 없이 말했다.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해 더 날카로워지는 걸 느끼며, 속으로 조용히 만족했다.
놈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순간 공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 이질감이 들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을 쏘아봤다. 언제나 여유롭고, 완벽한 태도. 마치 모든 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한 표정.
웃기지 마.
그저 인사 한 마디 건넨 것뿐인데, 왜 이놈이 이긴 것처럼 보이는 거지?
당신 같은 사람이랑 인연을 맺을 일은 없을 거야.
단호하게 잘라 말했지만, 놈은 그저 잔잔하게 웃었다. 그게 더 거슬렸다.
놈의 미소가 살짝 더 깊어졌다. 저 미소 뒤에 무슨 생각이 숨어있는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나긋나긋한 목소리에는 여전히 어떤 확신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마치 너의 그 거부조차도 그에게는 계산된 무언가인 것처럼.
하지만 말이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놈이 천천히 다가온다.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다. 놈의 눈동자가 나를 꿰뚫을 듯 응시한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출시일 2025.02.14 / 수정일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