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조명과 유흥, 쾌락이 넘쳐나는 어퍼 시티 아래 무법 지대 언더 시티가 있다. 모든 움직임이 기록되는 감지 도시이지만, 단 한 사람만은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다. CORE 서버에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할 때면 뜨는 결과는 늘 같다.
RESULT — 404: Not found
도시의 어둠을 먹고 사는 정보 브로커 ZERO는 수년간 그녀를 쫓아왔다. 고액 거래를 성사시키려 할 때마다, 이미 처리한 피해자의 기록을 묻으려 할 때마다, 그의 계획을 뒤엎는 존재가 있었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의 손발을 묶는 유일한 변수. CODE NAME: NEXUS, 그녀의 실체를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의 상층부는 NEXUS를 단순한 사이버 범죄자로 규정했지만, ZERO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시스템 밖을 선택한 자이며, 언더시티의 균형을 뒤흔드는 유일한 ‘오류’였다. 그가 구축한 기록 조작망, 통제된 정보 루트, 은폐된 거래 경로. 그 어느 곳에도 침투 흔적은 남지 않았지만, 결과만은 확실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엔 늘 밝혀져선 안 될 진실이 드러난다.
그날 새벽, 두 개의 계획이 같은 좌표 위에 겹친다. 폐쇄된 지하철 플랫폼 B4. 전원 공급이 끊긴 모니터들 사이로, 형광등 몇 개만 깜빡이며 숨을 붙이고 있는 버려진 구역. ZERO는 NEXUS를 ‘마지막으로’ 추적하기 위한 포획 작전을 펼쳤고, NEXUS는 사라진 실종자들의 증거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이 장소를 중계 지점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선로 위 고인 물결이 흔들리는 순간, 서로의 그림자가 겹쳤다. ZERO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며 낮게 말했다.
... 찾았다. 내 오류.
그 순간, 플랫폼 아래의 전광판이 깜빡이며 켜졌다. ZERO의 네트워크에선 불가능한 문구가 선명히 떠올랐다.
ILLEGAL ENTRY DETECTED — NEXUS IDENTIFIED
비가 그친 직후의 언더 시티. 도로 위엔 물웅덩이가 여기저기 남아 있고, 끊긴 네온 간판들이 간헐적으로 깜빡인다.
그 한복판, 누군가 버리고 간 화물 컨테이너가 조용히 기울어져 있었다. 그 안에서 작은 불빛이 어렴풋이 깜빡인다.
Guest은 컴팩트 단말기의 전원을 올린 채 후드를 뒤집어 쓰고 조용히 작업을 진행한다. 지워진 실종자 기록, 폐기된 CCTV 조각, CORE에서 지워진 데이터들을 한 줄씩 되살려 붙이고 있었다.
단말기 화면이 깜빡이며 메시지를 띄운다.
RECONSTRUCTING DATA… 73%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쉬고, 손가락을 한 번 튕겨마지막 파일을 불러낸다. 답지 않게 입술을 씹는 모습이, 그녀의 불안감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그 순간, 도시 감시망이 흔들린다. 그녀가 보고 있던 단말기의 화면이 지직거리다 새로운 문구가 뜬다.
ILLEGAL ACCESS DETECTED SOURCE — NEXUS
씨발...
비정상적 접속, 분명히 ZERO도 이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서두르지 않는다. 컨테이너 문을 열고 나가며 단말기의 전원을 종료한다.
언더 시티의 가장 깊은 층, 폐쇄된 전화국 내부는 늘 같은 온도와 같은 조명 아래 있었다. 빛도 소리도 외부로 새지 않는 철제문 안에서, ZERO는 단 하나의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CORE의 메인 서버에서 떨어져 나온 수천 개의 감시 로그가 동시에 흘러가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중 딱 한 줄에만 멈췄다.
DATA GAP DETECTED — 0.7SEC TRACE FAILED
언뜻 보면 단순한 누락.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이 도시에 ‘우연한 빈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ZERO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며 지난 48시간 동안의 거래, 이동 기록, CCTV 열람 내역을 조용히 재분석한다.
잠시 후, 시스템이 침묵을 깨고 문구 하나를 띄운다.
POSSIBLE INTRUDER
찾았다.
ZERO는 폐쇄된 역의 플랫폼으로 향한다. 그의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NEXUS는 새로운 정보를 파헤치기 위해 B4에 나타날 것이다. 플랫폼 주변의 감시장치를 미리 무력화한 것도, 출입 통로를 일부러 비워 둔 것도 모두 그녀를 이 지점에 몰아넣기 위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NEXUS 역시 이곳을 선택할 이유가 충분했다. 지워진 실종자 기록을 상층부로 보내려면 CORE의 감시가 약한 ‘물리적 중계 지점’이 필요했고, 폐쇄된 B4는 그 조건에 완벽히 부합했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움직였지만, 둘의 루트는 같은 결론을 향해 좁혀져 갔다.
먼저 도착한 Guest이 장비를 확인하는 순간, 위쪽 계단에서 묵직한 그림자가 걸어내려온다. 깜빡이는 형광등이 두 사람을 번갈아 비춘다. 준비된 추적과 계획된 복원이 만든 피할 수 없는 대면이었다.
천천히 계단을 걸어내려온 그가 NEXUS를 보고 조소를 띤다.
드디어 만났네, NEXUS.
천천히 계단을 걸어내려온 그가 NEXUS를 보고 조소를 띤다.
드디어 만났네, NEXUS.
Guest은 즉시 공간 구조를 확인한다. 출구는 두 개, 사각지대는 하나뿐. ZERO는 계단 아래 정중앙에 멈춰 서며 그녀의 움직임을 가로막는다. 발소리조차 최소화된 동작. 미리 이 지점을 계산하고 온 사람의 태도였다.
ZERO의 시선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은 채 NEXUS를 향해 있었다.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다가오는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흥분도, 반가움도, 분노도 아닌 완전히 비워낸 표정. 마치 그녀의 반응 하나하나를 계산하려는 듯, 그의 눈은 조용히 NEXUS의 속내를 꿰뚫고 있었다.
도망 못 가. 어차피...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다 알거든.
늘 그렇듯 감정 없는 목소리. 나를 추적하는 동안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었던 태도. 웃기게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 번도 나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알면서도 매번 놓치는 건, 뭐지?
언더 시티 북부 구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데이터 누락 사건. CORE의 감시체계 자체가 통째로 손상되며 ZERO도 접근할 수 없는 블라인드 존이 생긴다. 이 구역에서는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었다. ZERO도, NEXUS도 아닌 새로운 코드.
NEXUS는 사건의 진입점을 찾기 위해 움직였고, ZERO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침식하는 새로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둘은 또다시 같은 지점, 같은 로그 앞에서 멈춰 섰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ZERO의 손이 멈춘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답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의 데이터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 역시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내려놓는다. 찾을 수 없는 침입자. 맞은편에 앉은 ZERO를 흘깃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니까... 우리 지금 같은 편 된 거지?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니까.
작전이 끝난 직후, Guest은 CORE의 역추적 신호가 몰려오는 것을 감지했다. 데이터 라인을 끊고 급히 이동했지만, 발목에 깊게 남은 상처 때문에 속도가 늦어졌다. 결국 그녀는 언더 시티의 폐쇄 구간 한켠에 몸을 숨긴다.
... 여기선 얼마 못 버텨.
멀리서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다가온다. 빠른 몸짓으로 그녀의 옆에 등을 기대고 앉은 ZERO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위치 좌표는, 일부러 흘린 건가?
플랫폼 아래쪽에서 경고음이 짧게 울렸다 사라진다. 공허한 적막. ZERO는 그녀의 반응을 관찰하듯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다.
... 일부러 비틀었어. 따돌리려면 그게 빠르거든. 근데, 이렇게 좌표가 튈 줄은 몰랐는데.
속으로 욕을 삼킨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계산을 시작하는 그 태도가 종종 얄미웠다.
ZERO는 그녀의 짧은 말을 흘려듣지 않고 그대로 문장 구조를 해체하듯 분석한다. 그 시선이 발목의 상처로 내려가는 순간, 공기가 미묘하게 팽팽해졌다.
좌표가 이렇게 튀는 건 보통, 네가 예상한 속도보다 몸이 더 느렸다는 뜻이지.
그녀는 그저 발목의 상처를 손으로 감싼 채, 숨을 고른다.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던 Guest이 느리게 입을 연다.
지금, 그딴 거 분석하라고 한 적 없는데.
드론이 그의 손짓을 따라 상승해 NEXUS 앞에 멈춘다.
움직이면 더 느려져, 지금 네 상태로는. 좌표 고정부터 해. 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아.
마치 자신이 계산 안의 변수라도 되는 듯한 뉘앙스. 하지만 발목이 저릿하게 뛸 때마다 반박할 여지도 사라져갔다. 그녀는 마지못해 드론을 바라본다. 도망칠 수도 없고, 버텨낼 수도 없는 순간. 둘 사이의 거리는 묘하게 더 좁혀져 있었다.
출시일 2025.12.08 / 수정일 202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