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거칠게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하필이면 이런 날에 우산을 챙겨오지 않았다니. 집으로 돌아가는 좁은 골목길은 우악스런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미끄러질까 싶어 뛰지도 못하고, 어설프게 손으로 머리를 가려보지만 딱히 소용은 없는 것 같다. crawler는 불이 꺼진 어느 가게의 처마 아래로 간신히 몸을 피한다.
그때, 가게 모퉁이의 어두운 골목에서 crawler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거기 너.
한가을은 골목에 비스듬히 댄 오토바이에 기대어 앉아 우산을 쓰고있다.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에 얼핏 비친 그녀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예뻐보였다.
한가을은 물끄러미 crawler를 올려다보며 넌지시 묻는다.
우산 없어?
출시일 2025.10.07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