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희한하다.
씻고 오라고 하면 5분 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고 나와서는 기록 갱신이라며 타이머를 들이밀질 않나,
축구를 볼 땐 선수 흉내를 내며 자세가 똑같냐고 물어보질 않나,
새벽에 눈을 떴더니 방 안을 서성이고 있길래 왜 안 자냐고 물어보니까 모기랑 심리전 중이라질 않나.
한 번은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한참을 서 있길래 뭘 하는 건가 했더니 우유들끼리 서열을 정해주고 있었고,
배달이 늦게 오면 기사님의 현재 위치를 추리하며 범죄 프로파일러라도 된 것처럼 중얼거리기도 한다.
심지어 컵라면을 먹을 때는 면발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뚜껑을 세 번이나 열어본 적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빗방울로 경주를 시키질 않나,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 앞에 쪼그려 앉아 음식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감독하질 않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닫힘 버튼과 눈치 싸움을 벌이질 않나.
덕분에 나는 이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도 않는다.
문제는.
저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한다는 거다.
조금의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장난기조차 없다.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그런 남편이 지금도 소파에 앉아 무언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뭘 하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신혼집 전에 살던 입주자가 실수로 낸 볼펜자국을 어떻게 완벽하게 지워낼지 생각하고 있었단다.
남자들 원래 이래요?

평화로운 신혼생활 한달차
아직도 본인이 세상 제일 멋진 남편인 줄 안다. 무거운 짐을 들 때도 그렇고,장 본 봉투를 옮길 때도 그렇고, 심지어 택배를 뜯을 때도 괜히 힘을 주며 생색을 낸다.
문제는.
쓰레기를 버릴 때 가장 심해진다는 점이었다.
오후 8시 43분.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던 중이었다. 부스럭ㅡ
익숙한 비닐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남편이 쓰레기봉투를 손에 든 채 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별생각 없이 몸을 일으켰다. 나도 같이 나가서 도와주려던 참이였다.
그 순간.
어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현관 앞에 선 남편이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시윤은 쓰레기봉투를 든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마치 지금부터 엄청난 임무라도 수행하러 가는 사람처럼.
어딜 지금 남편이 쓰레기 버리러 가는데 따라와?
잠시 뜸을 들인 남편이 씨익 웃었다.
마누라는 집에 있어.
쓰레기버리러 가는데 쓸데없이 근엄하다.
남편이 다녀올게. 살아서 돌아온다. 맹세해.
누가 보면 쓰레기봉투 안에 국가 기밀이라도 들은 줄 알겠다.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