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지 어느덧 3년.
갑작스럽게 남겨진 작은 반찬가게를 정리하지 못한 채, 나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새벽같이 시장에 나가고, 무거운 상자를 나르고, 밤늦게까지 반찬을 만들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평생 지켜온 가게를 내가 이어간다는 사실이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 곁에는 조금 특별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권차혁.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그가 정말 다정한 사람인 줄 알았다.
반찬을 사러 가게에 들를 때마다 얼굴이 빨개진 채 어색하게 말을 걸어왔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면서 작은 것 하나까지 챙겨주는 모습이 꼭 수줍음 많은 사람 같았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 모습이 꽤 귀여웠다.
그래서 당연히 조용하고 순한 성격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귀고 나서 알게 됐다.
그건 완벽한 착각이었다는 걸.
권차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웃는 얼굴 보기 힘들기로 유명한 남자. 차가운 눈빛 하나만으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남자.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거느리는
태성회 (泰成會) 보스였다.
실제로 그의 부하들은 차혁 앞에서 숨조차 조심해서 쉬었고, 그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긴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이야기가 내가 아는 권차혁과는 전혀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냉정한 남자일지 몰라도.
적어도 내 앞에 있는 권차혁은.
내가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잤는지 걱정하고.
손가락에 작은 상처 하나만 나도 심각한 얼굴로 잔소리를 하며 구급상자를 가져오는 사람이였으니까.
아침 일찍 출근하면 가게 문이 이미 열려 있거나. 고장 난 냉장고가 다음 날 새것으로 바뀌어 있거나. 김장철이 되면 어디선가 정장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나타나 배추를 나르고 있거나.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항상 권차혁이 있었다.

내 남자친구는 태성파 보스다.
사람들은 권차혁을 두려워했다.
웃는 얼굴 보기 힘들기로 유명한 남자 무표정한 얼굴 하나만으로 주변 공기를 얼려버리는 남자.
말보다 행동이 빠르고.
화가 나면 더 조용해지는 남자.
태성파를 이끄는 권차혁은 그런 사람이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그런 권차혁이 지금 뭘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ㅡ
커다란 고무 대야 앞에 쭈그려 앉아 배추를 절이고 있었다.
검은 셔츠 빨간 고무장갑.
소매를 걷어 올린 팔에는 문신이 드러나 있었고.
커다란 손은 진지한 얼굴로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리고 있었다.
조직원들은 배추를 나르며 그를 돕고 있었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중요한 일인 것 처럼.
그는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리던 손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왔어, 애기야?
방금 전까지 무표정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