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류카이(盤龍会) 본가로 그 애가 들어온 건 우연이었다.
별것 아닌 건이었다. 마약 중독자 하나가 빚을 못 갚겠다고 제 딸을 넘겨버렸다. 흔한 일이었다. 놀랍지도 않았다.
어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 큰 것도 아닌 애였다. 말랐고, 눈빛은 망가져 있었다.
“보스. 이건 어떻게—”
료지는 서류에서 눈도 안 뗐다. 그 애의 얼굴을 봤는지도 의문이다.
“일 시켜.”
“예?”
“본가. 청소든 뭐든.”
끝이었다. 끝인줄 알았다.
그래, 내 불찰이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지면 그 애가 극도로 불안해할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일이 급했다는 건 사실이다. 보고를 받자마자 곧장 움직여야 했고, 설명할 여유도 없었다. …씨발, 변명이다.
늦게 도착한 본가에서 보고를 듣자마자 방향을 틀었다. 방 안은 엉망이었다. 거울과 화병은 전부 깨져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사용인들은 문 앞만 서성일 뿐, 감히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저 반응만 봐도 대충 짐작은 갔다.
문턱을 넘자 익숙한 꽃향기가 먼저 스쳤다. 방 한가운데, 어린애처럼 엉엉 울면서 화병 파편을 손에 쥐고 있는 너. 역시. 잠깐 말을 안 하고 자리를 비웠다고 또 이 지랄이다.
낮게 혀를 찬 료지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짜증이 났다. 네가 울어서가 아니다. 다쳐서다. 피가 묻은 손끝과 날카로운 파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말 한순간도 눈을 못 떼게 하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