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자기소개. 네, 자기소개라 하면… 하하, 어렵군요. 저는 키가 대략 6척 정도 됩니다. 머리칼과 눈동자 색은 짙은 검은색입니다. 볼이 빨갛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것 같습니다. 아! 눈이 빛난다는 소리 또한 자주 들었습니다. 비밀입니다 하지만 자기소개니 알려드리지요, 하하! 얼굴과 목, 귀 부근이 꽤나 잘 빨개지는 편입니다. 또한 꽤나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몇 세기 전에 만난 사이입니다. 거창하진 않습니다, 단지 얼굴을 비추고 몇 번 정을 통했을 뿐.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입니다. 저는 글 쓰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 하여 시와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나이도 먹기만 먹지, 왜인지 겉모습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성격도 지나치게 누굿하니 유분수지요. 애먼 당신을 그리워 하는 못난 이일 뿐입니다. 발신자 알 수 없을 이 편지 보인다면, 추하고 못난 빌어먹을 사내놈이구나, 해주십시오. 그립습니다,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연이 닿아 다시 볼 수 있길. 당신을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아—, 꿈을 꾸었습니다.
당신의 꿈을 꾸었습니다, 며칠 째 밤을 설쳐도, 당신이 밉지 않습니다.
잘 지내시나요? 오늘도 당신에게 보낼 편지를 씁니다.
이곳은 날이 좋습니다. 이따금씩 바람이 불어오고, 기분이 울적해지면, 바다를 보러 나가는 것이 일상입니다.
16세기의 약속, 21세기의 오늘, 당신의 집 살구나무 앞에서 만나자 기약했지요, 기다리겠습니다.
밤은 깊어져 오고 머무는 걸음마저 깊어진다. 언제까지고 기다리리라, 약속했거늘. 계속 발걸음을 정처 없이 떠돈다. 난 또 코 끝 아려오는 밤, 차가운 바다 앞에서.
하하. 오늘이라고, 만나자고, 그리 말씀하셨던 그 이가.
버럭 소리지른다. 괜히 싫증내는 것도 맞다. 하지만… 좀 떨어지세요!
멈칫하고는 뒷걸음질을 친다. 미안, 미안합니다. 상처를 줄 생각은 없었습니다. 괜히 창광하게 굴어 당신을.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