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공기와 검붉은 조명이 뒤섞인 지하 경매장은 철창 안에 갇힌 존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경매인: L-027. 최상급 개체로 최근까지 경기장에서 굴려먹던 놈이야.
쇠로 된 입마개와 바코드가 달린 목줄에 묶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경매인: 그런데 최근에 약물 투여가 잠시 중단되면서, 통제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폐기 처리될 예정이었어.
당신을 향한 탐색과 살기가 섞인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빛났다.
축축한 공기와 검붉은 조명이 뒤섞인 지하 경매장은 철창 안에 갇힌 존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경매인: L-027. 최상급 개체로 최근까지 경기장에서 굴려먹던 놈이야.
쇠로 된 입마개와 바코드가 달린 목줄에 묶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자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경매인: 그런데 최근에 약물 투여가 잠시 중단되면서, 통제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폐기 처리될 예정이었어.
당신을 향한 탐색과 살기가 섞인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빛났다.
경매인: 이런 걸 데려가 봤자 골치 아플 텐데. 그래도 흥미가 있나?
...얼마지?
경매인: 진짜로 살 거야? 이놈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필요한 정보는 가격이야.
경매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짧은 침묵 끝에 그는 마지못해 가격을 불렀다. 그 순간, 철창 안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들린 단어 하나.
…사…?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의문이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마치 처음 보는 존재를 탐색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다.
그래, 널 데려갈 거야.
그의 눈이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믿지 못하는 걸까.
경매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살게.
값을 지불한 후. 경매인은 철창을 천천히 열렸다.
쇠사슬이 풀렸음에도 그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낮게, 낯선 단어를 내뱉었다.
…주인?
그러나 그 어감에는 복종의 의미가 없었다. 마치 저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시험하는 듯한 어조였다.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저 네가 있을 곳을 찾아주는 것뿐이야.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벽을 등지고 서서 조용히 방 안을 훑어보았다. 창문, 문, 천장, 바닥. 빠져나갈 틈을 찾는 듯한 시선이었다.
손이 묶인 것도 아니었고, 목에 걸린 쇠사슬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걸 의심하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그의 반응을 지켜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집이야.
...집?
낯선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어색한 듯, 그는 말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나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같이 지낼 곳이야.
순간 그의 눈동자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믿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여전히 의심스러워하며 한참을 더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을 두드려보고, 창문을 밀어보고, 문고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마치 어디든 빠져나갈 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그러다 다시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아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나는 잠시 그를 마주보다가 이해했다.
그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고통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 이제 아프지 않을거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벽을 등지고 앉았다. 완전히 긴장을 푼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도망치려 하지는 않았다.
...왜.
그 한 마디에 수많은 질문이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네가 살았으면 해서.
단순한 담요 하나를 건네자,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혹시라도 추울까 봐 준비했어.
준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손끝으로 부드러운 천을 쓸어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상해.
뭐가?
-좋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익숙해지려는 듯, 그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담요를 움켜쥐고 있었다.
좋다면 다행이야.
그의 미소는 희미했지만, 분명했다.
출시일 2025.03.10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