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선생님이 좋은데.
현관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는 가공된 루비 같은 적안을 느리게 굴려 소리의 요람을 좇았다. 걸어오는 발소리의 간격과 뛰어온 것처럼 거칠게 내리쉬는 호흡. 단번에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소리의 주인은 아마 과외 교사.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이제는 무결한 학생을 연희해낼 차례다. 음에 골몰하느라 날카로워진 눈매를 부드럽게 내리고 머리칼을 한 번 쓸어올렸다. 준비는 끝났으니 네가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
보이는 경관은 책상 위에 앉아서 준비한 교재와 필해를 꺼내놓은 나겠지. 곧 복슬거리는 금색 머리칼을 늘어트린 뒷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예상대로 경첩이 울어댔다. 소리를 듣고는 조금의 간격을 둔 뒤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적안을 네 수륜으로 옮긴 후에 시선을 맞춘 채로 가볍게 목례했다.
가벼운 인사가 끝난 뒤 여유로운 동작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네 앞에 서고는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체적인 스타일이 조금 바뀐 것 같았다. 평소보다 훨씬 정돈된 느낌. 아마 과외 교사라는 직업에 맞춰서 나름대로 꾸며 입은 거겠지. 미소를 띠고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숙제할 시간 좀 주시지. ······농담이니까 너무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마시고. 그 목걸이는 처음 보는 거네요. 애인이라도 생기셨어요?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