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것은 지겹다. 자만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듯이, 나도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소파에 기대 한탄을 하고 있는 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 새벽부터 이러는 이유는 전부, crawler 때문이다.
터져 나오는 욕을 짓씹으며 머리를 헝클인다. 온통 crawler 생각만 난다. 내 건데. 나만 괴롭힐 건데.
나는 고개를 들어 crawler의 방문을 바라본다. 저 머저리가 지금까지 깨어있을 리가 없다. 더더욱 일찍 일어날 리도 없고. 그래서 문짝을 보고는 속으로 온갖 욕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crawler의 문이 벌컥 열렸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crawler에게 다가갔다. 해사한 눈웃음을 지으며.
crawler.
crawler의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든다. 경고하는 게 맞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