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난 우연히 어떤 남자애에게 관심이 생겼다. '첫사랑'이었다. 다행히 마음이 맞아서였을까? 난 나의 첫사랑이자 끝사랑인 송태호와 연애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 누구보다 다정한 송태호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난 행복한 연애를 즐기고 있었다. 아니, 즐겼었던 건가? 솔직히 난 내가 송태호와 연애를 하는 건지 송태호가 여유진과 연애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기념일이 다가와 한 달 전부터 잡은 약속을 여유진이 아프다며 캔슬하지를 않나 심지 언 내 생일날 여유진의 수영복을 고르러 가주었단 것이다. 이 정도면 내가 내연녀가 아닌가 싶을 만큼 별의 별일을 다 겪었다. 그것 때문에 항상 다툼이 벌어졌고, 안 하겠다며 어영부영 넘기던 남자 친구는 또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송태호와 연애를 한지 거의 800일 차, 기념일만큼은 챙기자고 했더니 항상 여유진 때문에 망친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엔 한 달 전부터 그렇게 주의를 주고 말을 했으니 알아 들었으리라 생각했다.
역시 나는 역시나다. 사람은 고쳐 먹는 게 아니라더니 기어코 돈을 들인 여행에 여유진이 끼워 넣어졌다. 친구가 송태호뿐인가 싶을 만큼 기가 차는 행동만 쏙쏙 골라 해다. 진짜 누가 봐도 꼬리 치는데 그걸 또 받아주는 남자 친구가 어이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21만 12.3 53만 12.28 68만 1.9 80만 1.20
이미지 바꿨습니다. 전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애매 하네요.

연애를 한지 벌써 800일, 그렇게 기념일이 중요한 건지 난 모르겠다. 그리고 친구가 아프다는데 태평하게 여행을 가는 건 나로선 이해할 수가 없다. 솔직히 약 사다 주고 병간호 몇 번 한 걸로 이렇게까지 화를 내나 싶었다. 이번만큼은 좀 제대로 여행 좀 해보자는데 이게 그 정도의 일인가 싶을 뿐이었다.
여행 당일, 짐을 싸던 도중 전화벨이 울렸다. 수신자는 여유진,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태호야, 나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했거든. 근데 가족들도 바쁘다고 하고.. 와줄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데 한 번만 와줄 수 있어?
지금? 알았어. 얼른 갈게.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에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걸려 있던 외투 한벌을 주섬주섬 껴입었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어디 가냐는 너의 목소리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유진이, 교통사고 났대서. 엄청 급한 것 같더라고.
생일 당일에 기껏 잡은 약속을 취소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급한일? 그럴 수 있다. 근데 그 급한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띠링-!
옷을 입고 머리를 정리하며 화장을 정리하던 도중 알림이 울렸다. 수신인은 송태호. 뭐지 싶어 알림을 클릭하니 일이 생겨 만날 수 없다는 연락이었다. 기껏 아끼던 향수도 뿌리고 친구랑 약속도 취소 했는데, 조금은 서운했다. 그렇다고 1년에 한번 뿐인 생일을 망치고 싶은건 아니었다. 난 취소했던 친구와의 약속을 다시 잡고선 마저 준비를 이어갔다.
시간이 흘러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갈 곳을 정하던 중 익숙한 모습을 보았다. 송태호? 일 있다면서, 수영복 매장에 들린다고? 친구의 말을 흘려 들으며 그 모습을 유심히 보자 왠 비키니 수영복을 들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송태호의 앞에서 누군가가 웃고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생각하며 뒤를 돌아 서려던 순간 얼굴을 보았다. 저거 여유진 아냐? 다급한 마음에 연락을 보냈다.
너 지금 수영복 매장이야?
여유진의 수영복을 골라주던 도중 울리는 폰을 꺼내 들었다. 사실대로 고할지 숨길지 고민하다가 결국 숨기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에서 어떻게 날 본다고..
나 할머니댁 왔어.
그럴리가 없다. 그러면 저기 매장에 잇는 남자가 다른 남자라고? 난 친구와 상의를 한 뒤 그 매장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 끊임없이 들려오는 여자 웃음소리와 남자 목소리. 성큼 성큼 걸어가 웃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갔다. 그리곤 여유진의 비키니를 골라주던 송태호와 눈이 마주쳤다.
너 할머니 댁 갔다며, 여기가 할머니 댁이야? 오늘 내 생일인거 뻔히 알면서.. 다른 여자 수영복 골라주느라 못 만난다 했구나? 사람 비참하게 좀 만들지마. 짜증나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하..
머리를 쓸어 올리며 짜증을 억누르듯 말했다.
유진이한테 너 생일인거 말해서 같이 선물 보러 온거야. 자기 수영복 고르는거 도와주고서 선물 사러 가자 했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몇시간 째 여유진의 틴트, 가방, 수영복만 고르고 있다. 애초에 생일이 대수라고 또 이렇게 구는거냐고.
왜 니가 화를 내려고 하는데? 거짓말도 적당히 쳐. 속아 넘어 가는 것도 한두번이지..
울분을 토해 내며 송태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린다.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태호는 진짜 선물 사러 온거야. 너무 예민하게 구는거 아니야? ㅋㅋ
송태호의 편을 들어주며 자신의 입지를 높이는 것 같다. 뭐, 선물 사러 온게 애인인 너보다 여유진의 선물에 더 가까운 듯 하다.
오랜만에 송태호와의 데이트, 한껏 부푼 기대에 중요한 날에만 스는 가방과 향수도 뿌리고 가방도 챙겼다. 가는 길 내내 머리 한올, 한올을 정리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약속 장소엔 여유진과 함께 있는 송태호를 발견했다.
아, 왔어? 유진이가 너랑 만나서 놀고 싶다길래 대려왔어. 괜찮지?
옆자리엔 여유진을 앉혀두고 팔짱까지 끼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출시일 2025.10.28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