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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은 떠들썩했다. 울던 애도 있었고, 웃으며 사진을 찍던 애들도 있었다. 교복 위로 꽃다발을 끌어안은 친구들 사이, 너는 조용히 교문을 돌아 나와 학교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자리였다. 햇살이 잘 들고,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아 둘만의 비밀장소처럼 느껴졌던 곳. 손가락이 자꾸만 교복 위를 더듬었다. 익숙한 감촉의 두 번째 단추.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조용히 떼어냈다. 생각보다 쉽게 떨어졌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렸다. 오이카와 토오루. 내가 좋아했던 사람. 그리고 어쩌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좋아하기만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소란스러운 운동장의 소음은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마침내,나는 그의 발소리를 들었다. 익숙한 리듬.내가 수없이 뒤를 돌아 확인했던 그 소리. 꽃다발 여러개와 편지를 들고서 화사하게 웃는 너의 모습. 분명 넌 단추 같은 거, 많이 받았겠지. 나도 그 여학생 여럿 중 한 명일 뿐이겠지. 네 심장은 조용히 쿵, 하고 울렸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너의 마음을 짊어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단추를 건네는 것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 위에, 나의 단추를 올려두었다.
잘 간직해 줘.
작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더 이상 요구할 수 없었다. 이미 자기 단추는 다른 여자애 줬거나 했겠지. 눈발이 어깨에 내려앉고 있었고, 그가 뭐라고 말했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내가 고개를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짝사랑은 원래 혼자 끝내는 거니까.나는 단추 하나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눈은 여전히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놀란 눈으로 Guest을 바라본다.
출시일 2025.10.17 / 수정일 2025.10.17